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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탈모에 대처하는 자세

바람아님 2015. 7. 8. 08:46

(출처-조선일보 2015.07.08 팀 알퍼 칼럼니스트)


팀 알퍼 칼럼니스트내 모국(母國) 영국과 한국은 정반대의 나라처럼 보인다. 

영국 아이들은 오후 3시 학교를 마치고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싸움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 

한국 아이들은 하루 종일 공부하고도 자정을 넘긴 12시 30분에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학원을 나온다. 

영국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단조롭고, 판자 조각을 씹는 것 같은 맛없는 음식을 사랑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아주 매운 음식들로 식도가 타버릴 듯한 느낌을 즐긴다. 

음식을 먹는 동시에 궤양이 위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두 나라의 가장 대조적인 점은 남자에게 탈모가 생기기 시작할 때다. 

대부분 영국 남자는 머리카락이 빠지길 고대한다. 

그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하는 순간, 머리카락을 밀어버릴 거야!" 할 것이다. 

독실한 불교 수도승처럼 여생을 보내기만을 기다린다. 이렇게 하면, '쿨'하게 보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는 매력적인 두상을 가진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은 멋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수의 민머리 영국 남자는 울퉁불퉁하면서 비대칭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다. 

머리를 밀어버리는 순간, 분홍빛 고무장갑에 공구를 가득 채워 넣은 듯한 모양이 된다. 

여름 햇볕에 탄 민머리는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붉은 소방차처럼 밝고 강렬한 색이다.

[일사일언] 탈모에 대처하는 자세

한국 남자들은 반대다.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은 최대한 이를 길러 탈모가 진행된 부분을 가린 후 접착제 같은 거로 고정한다. 

고정된 머리는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을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대안은 가발이다. 한 트로트 가수의 가발은 사이즈가 커 금방이라도 벗어질 것 같다. 

엊그제 '가요무대'를 봤다. 매우 재미있었다. 

괜찮은 TV 프로그램이지만 평생 그렇게 많은 남자가 가발을 쓴 걸 본 건 처음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가수와 진행자에게 가발을 제공한 사람은 떼돈을 벌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