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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바람아님 2015. 10. 31. 08:53

 SBS 2015-10-29

 

위 사진 왼쪽에 있는 인물은 요즘 우리에게도 매우 낯이 익은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심술 맞게 생긴 눈매와 독설을 퍼붓는 입술이 아주 잘 부각돼 있죠?

 

트럼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지넷 패러스가 374파운드 (170킬로그램) 짜리 대형 호박에 무려 10시간에 걸쳐 그림을 그려서 만든 겁니다.

패러스는 1988년부터 해마다 ‘할로윈 데이’ ( 매년 모든 성인 대축일 전날인 10월 31일에 행해지는 전통 행사로 이 날에는 죽은 영혼이 다시 살아나며 정령이나 마녀가 출몰한다고 믿고, 그것들을 놀려주기 위해 사람들은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깁니다) 를 앞두고 이렇게 대형 호박으로 유명 인사들을 하나씩 만듭니다.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북한 김정은.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북한 김정은.

 
위 사진은 패러스가 지난해 만든 겁니다. 한눈에 봐도 누군지 아시겠죠? 김정은입니다. 트럼프보다는 약간 더 큰 호박 (384파운드)으로 만들었네요. 짐작하건대, 패러스가 지난해 소재로 김정은을 택한 이유는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로 떠들썩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사실 패러스는 전문적인 화가나 조각가는 아닙니다. 그저 해마다 재미 삼아 대형 호박을 구해다가 유명인사로 둔갑(?)시키고 집 앞에 놓아 지나는 사람들이 웃고 즐기게 하기 위해서 만든다고 하네요.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헐크.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헐크.

 
이 사진은 패러스가 2010년에 만든 ‘헐크’인데요. 무려 746파운드 (338킬로그램)짜리 호박이 사용됐다고 하네요. 패러스가 이렇게 대형 호박을 명사로 둔갑시키게 된 계기는 오하이오주에서 열리는 ‘서클빌 호박 축제’에 다녀오면서부터입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호박들을 보고 온 어느 날 70파운드(31킬로그램) 짜리 호박 하나를 사다가 안을 파서 맛있게 먹었는데 남편이 그 호박에 그림을 그려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첫 작품이 ‘마이크 듀카키스’와 ‘조지 부시’였는데 그것이 계기가 돼서 그 이후부터 패러스의 작품 활동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왼쪽은 존 스튜어트, 가운데는 오프라 윈프리, 오른쪽은 베티 화이트.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왼쪽은 존 스튜어트, 가운데는 오프라 윈프리, 오른쪽은 베티 화이트.

 
이번에는 누군지 맞추기 쉽지 않은 인물들입니다. 가운데는 ‘오프라 윈프리’고요. 왼쪽은 유명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존 스튜어트’, 맨 오른쪽은 원로 배우 ‘베티 화이트’입니다. 각각 198파운드, 170파운드, 150파운드짜리 호박으로 만든 겁니다.

초기에는 이렇게 비교적 중형 사이즈의 호박으로 시작했다가 갈수록 더 큰 호박을 찾아서 유명인사를 만들었는데 그녀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어떤 농부는 자신이 재배한 대형 호박을 공짜로 보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부분은 그 인물의 특징을 부각시킬 만한 적당한 호박을 찾는 것이었는데요. 아래 사진에서 보듯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제리 레노'는 그의 긴 턱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게 해줄 호박을 찾느라 고생했다고 하네요.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제리 레노.

 대형 호박들로 만든 유명 인사들.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제리 레노.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패러스는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보고 즐길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당신이 할 수 있다면 특별하고도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이 일이 저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하지요. 그게 이유라면 이유일 거예요” 

 

박병일 기자cokkiri@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