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북한읽기] 북한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가 불러올 변화

바람아님 2015. 12. 14. 08:00

(출처-조선일보 2015.12.14 조동호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개성공단 60% 아직 빈 공간, 北 기업 입주할 공간 충분
단순노동력 제공해온 北에 경영 기법 학습 기회 줘야
우리 기업들이 자문 응하면 화해와 협력의 미래 열려

조동호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사진5·24 조치라는 자물쇠는 모든 남북 경협에 빗장을 걸었다. 인도적 차원이라던 지원도 중단됐고, 

생계의 방편이던 영세 기업의 소소한 교역조차 금지됐다. 그럼에도 개성공단만은 유일하게 예외로 

인정됐다. 아무리 엄중한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남북 상생의 장으로 인식되어 온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기엔 부담이 너무 컸던 까닭이다.


실제로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공영(共榮)을 넘어 "갈등을 녹이고 평화를 생산하는 남북 공존(共存)의 장"으로 추진되었다. 

따라서 사업자인 현대와 토지주택공사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개입했으며, 부지 공사에서부터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던 것이다. 비단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만이 아니다.

사뭇 다른 대북정책을 채택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개성공단에 대해서만은 동일한 인식을 보인다. 

5·24 조치를 시행한 이명박 정부조차 개성공단 제품의 판로를 적극 지원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개성공단을 "경제적 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작은 통일 공간"이라고 부른다. 

2015년 통일부의 업무보고는 개성공단을 '호혜적 협력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애초 구상과는 거리가 있다. 전체 2000만평은커녕 1단계 100만평의 60%가 아직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내용적으로도 120여개 기업이 값싼 인건비를 이용해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뿐이다. 

그나마도 전량 남한으로 들여온다. 당연히 북한 경제와는 상관이 없다. 

그래도 우리 기업은 이윤을 내고 북한은 임금 수입을 얻으니, 서로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익을 위해 개성공단을 시작했고, 모든 남북 경협을 희생시키면서도 개성공단만은 유지한 것이 아니다. 

소수의 입주 기업이 아니라 전체 민족 차원의 국익을 희망했던 것이다. 

개성공단이라는 '일상의 접촉'을 통해 남북의 상호 이해를 넓히고, 북한의 경제적 변화를 유도하며, 

통일의 토대를 닦고자 한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북한에도 마찬가지다. 그저 생산라인에 앉은 노동자들의 반복적 작업으로 돈을 벌게 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계획경제의 북한에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도와주려 했던 것이다. 기능이 아니라 경영을 알려주려는 의도였고, 

함께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려는 취지였다. 그래서 역대 모든 우리 정부는 상생과 호혜, 공영과 공존을 개성공단의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개성공단에 북한 기업을 입주시키자. 

북한이 그동안 어깨너머로 배운 경영 기법을 스스로 학습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이 본래 목적에 부합한다. 

홀로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 기업에 자문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화해와 협력의 장이 열린다. 

우리 입주 기업의 경영 애로도 이해하게 될 것이므로 공단의 전체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

중국산 제품 일색인 북한 시장에 개성산 북한 제품이 공급되도록 함으로써 북한의 내수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 통로'를 현실화하는 것이며, 북한 경제의 회생은 통일 비용도 줄이게 된다. 

북한 내수시장 판매가 부진하다면 점차 우리 기업의 임가공 형태로 바뀔 것이고, 남북 경제의 연계는 강화된다. 

그럴수록 공단 폐쇄도 더 어려워진다. 공단 내 북한 기업에 배치된 북한 노동자는 자연스레 우리 기업과 작업 환경을 

비교할 것이고, 그만큼 북한의 변화는 가속화된다.

북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분양비·전기료 등의 비용은 내수 판매 수입이나 임가공비로 갚아 나가도록  하면 된다. 

부족하다면 3통 완화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반대급부로 받아도 된다. 

어차피 개성공단은 일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차원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남북이 함께 경영하고, 서로 보고 배우고 이해하는 것, 그것은 바로 '큰 통일'을 위해서는 

'작은 통일'부터 이루어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 구상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