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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28] ,시진핑의 지도부 사상 통일 방법은,집단학습에 있다

바람아님 2016. 3. 21. 23:50
[J플러스] 입력 2016.03.21 03:51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민주주의는 참으로 실행하기 어렵다. 굳이 싸움만 일삼는 우리 국회를 볼 필요도 없다. 주위 동료들과 어떤 일을 상의해 보면 의외로 생각을 하나로 모아 어떤 방향을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대여섯 명이 모인 자리도 그러한데 8000만 명이 넘는 지구촌 최대의 정당인 중국 공산당을 이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떻게 사상을 통일해 이끌고 가는 것일까. 특히 중국 지도부 내의 의견 통일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 구현하고 있나.

이와 관련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집단학습이다. 중국 권력의 정점에 있는 25명의 정치국 위원 전원에 각 부처 장관 등 약 40여 명이 참석하는 정치국 집단학습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 정치국 집단학습은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등이 80년대 말 주도적으로 만든 것이기도 해 시진핑으로선 더욱 애착이 간다고 볼 수 있다.

마오쩌둥 시대부터 시작해 장쩌민 시기까지는 간헐적으로 열리곤 하던 정치국 집단학습이 정례화된 것은 후진타오가 집권하면서다. 2002년 11월 당 총서기가 된 후진타오는 그 해 12월 26일, 즉 마오쩌둥이 태어난 지 109주년이 되는 그 날 첫 집단학습을 개최했다.

주제는 ‘헌법을 배우자’는 것이었다. 인치(人治)의 대명사인 마오쩌둥이 태어난 날 법치(法治) 공부에 나섰다는 점이 아이러니칼하다. 2007년까지의 후진타오 집권 1기까지 44회가 열렸고 후진타오 집권 2기인 2012년 가을까지 33회가 더 열려 모두 77회가 열렸다.

당시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총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첫째, 중대 결정을 하기 전에 반드시 관련 지식을 잘 공부한다. 둘째, 각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한다. 세 번째 집단토론을 충분히 활용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집단학습이었던 것이다.

후진타오를 이은 시진핑은 자신이 총서기로 선출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집단학습을 열기 시작해 지난 1월까지 모두 30차례의 집단 공부 모임을 가졌다. 무얼 공부했나. 대략 내용을 살펴보니 경제 공부가 7차례, 당 건설에 관한 공부가 7차례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역사와 외교·안보에 대한 학습이 각 5회에 달했다. 역사 공부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이 같은 중국 최고 지도부에 대한 교육을 위해 당 중앙판공청과 중앙정책연구실 등이 긴밀하게 협의해 교육 주제와 강사를 선발한다. 강사는 보통 짧게는 석 달에서 길게는 반 년 가까이 준비를 한다. 몇 차례 강연 리허설까지 해 목소리의 높낮이까지 조절한다는 후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연 8~9회, 약 한달 반에 한 번씩 열리는 집단학습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요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당의 리더가 이 같은 집단학습을 통해 당 지도부의 의견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주제 선정부터가 그렇다. 시진핑은 자신의 관심에 따라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학습의 방향을 대략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 이에 부합하는 강사가 선발돼 오랜 기간의 준비를 거쳐 정교한 이론으로 무장한 채 강의에 나선다면 그에 맞서 다른 의견을 개진할 정치국 상무위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치국 집단학습의 사회를 보는 총서기로서는 자신이 의도한 대로 어떤 중요 정책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이처럼 집단학습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학습과 토의를 거친다는 점은 대내외적으로 중국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과시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처럼 지도부의 하나된 사상 통일을 통해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