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미-중 전쟁은 서태평양 재래식 전쟁"

바람아님 2016. 8. 9. 23:50
한겨레 2016.08.09. 17:16

랜드연구소, 미-중 전쟁 시나리오 연구
중국 피해 큰 미국 우위 전쟁
미국의 결정적 승리는 힘들어
핵공격과 지상전은 불가능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서태평양을 전역으로 하는 재래식 지역전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피해가 크고, 미국이 우위를 보일 것이지만 미국이 결정적 승리를 얻지는 못할 것으로도 지적됐다.


미국의 국방 분야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지난 5일 발간한 <중국과의 전쟁>이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 시나리오 연구보고서를 통해 2015~25년 사이에서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이 자신들의 연안 지역에 대한 침공을 저지하는 군사능력인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 능력이 향상되면서, 미국은 더이상 전쟁을 자신들의 계획대로 진행해 결정적 승리로 이끌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두 나라에서 사전에 계획된 전쟁 발발 가능성은 극히 낮으나 미숙한 위기 대응이 적대행위들을 촉발할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 서태평양을 전역으로, 해군력과 공군력이 동원되는 재래식 전쟁이 될 것으로 랜드연구소는 분석했다. 지난 3월 남중국해에 파견된 미 해군 7함대의 존 스테니스 항모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 서태평양을 전역으로, 해군력과 공군력이 동원되는 재래식 전쟁이 될 것으로 랜드연구소는 분석했다. 지난 3월 남중국해에 파견된 미 해군 7함대의 존 스테니스 항모가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미-중 전쟁의 전투는 “동아시아에서 진행되고, 그 전역은 주로 서태평양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전쟁은 “주로 전함과 전투기, 미사일들을 가지고 바다 위와 아래에서 수행되고, 우주 공간에서의 위성, 그리고 컴퓨터 시스템을 공격하는 사이버전도 진행된다”고 했다.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 양쪽은 “아무리 피해가 크다고 해도, 먼저 핵무기를 사용해 치명적인 핵보복을 감수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미국도 중국 본토를 침공해 전쟁을 수행할 위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중국은 사이버전을 통해 미국 본토의 컴퓨터 시스템을 공격하고, 미국 역시 그럴 것이다.

전쟁이 단기전이든 장기전이든 미국은 중국 본토까지 포함한 전 전역에서 중국 목표물을 타격할 능력을 보유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은 잠수함을 포함한 대부분 해상전력의 파괴에 직면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현재의 군사기술 발전 속도, 특히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 및 사이버 전력, 양쪽의 ‘사이버 및 반위성’(ASAT) 전력의 향상으로, 전쟁이 2015년 발발했을 때와 2025년 발발했을 때의 양상이 다를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의 피해는 중국보다는 적을 것이나 2015년에 비해서는 훨씬 커진다. “양쪽은 상대방에게 심각한 피해를 계속 가할 수 있을 것이나, 어느 쪽도 패배를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


결국 전쟁은 경제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중국 쪽이 입을 경제적 피해가 치명적이고 영속적이다. 1년간의 격렬한 전쟁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25~35%나 감소시키는 반면 미국은 5~10% 감소에 그친다.


온건한 단기전일 경우, 양쪽은 짧고 심각한 경제혼란을 겪으나, 중국 쪽의 피해가 크다. 격렬한 단기전에서는 양쪽 모두는 큰 군사적 피해와 경제적 비용을 치르나, 이 경우도 중국 쪽의 피해가 크다. 하지만 피해 차이는 2025년 전쟁에서는 줄어들 것이다.

온건한 장기전일 경우, 경제적 피해는 중국 쪽에 더 치명적이다. 양쪽에서 국내 불만이 증대하지만, 국제적 반응은 미국 쪽에 유리하다. 격렬한 장기전이 되면, 양쪽 모두 큰 피해를 입는다. 군사능력도 감소된다. 중국은 사이버 및 우주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더 큰 경제적 비용을 치른다. 중국의 국내 불안정이 증가하고, 국제적 반응은 미국에게 유리하다. 특히, 1년 이상 지속되는 격렬한 장기전이 진행되면 일본과 동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소는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은 파괴적인 타격으로 시작해서 몇달간 지속되며 승자는 없고, 양쪽 군사력에 큰 피해를 줄 것이다”며 “중국은 비군사적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나, 미국도 경제와 세계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에 치명타를 입는다”고 결론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미국은 “문민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평화나, 위기나, 전쟁 때에도 중국과의 소통을 확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