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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끝자락 日노인들 '슈카쓰 연하장' 유행

바람아님 2018. 12. 27. 14:26

(조선일보 2018.12.27 도쿄=최은경 특파원)


관계 정리하고 인생 마지막 준비 "연하장 올해까지만 보낸다"


'매년 나이가 들면서 심신이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를 끝으로 새해마다 보내던 연하장을 그만두려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겠습니다.'


일본에선 여전히 연하장을 보내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있다.

연하장의 새해 인사로 올해 유독 인기를 끄는 문구가 있다.

'올해로 연하장 보내는 걸 그만두겠다'고 알리는 이른바 '연하장 청산 선언'이다.

청산을 택하는 건 대부분 70대 전후의 노인들이다.

지난 수십년간 가족·친척·지인들에게 우체국에 연하장 100~200통을 부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온 사람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를 두고 "헤이세이(平成) 시대 마지막 연말을 맞아 고령자들 사이에서 연하장 교환 관계를 청산하는

'슈카쓰(終活) 연하장'이 유행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슈카쓰'란 인생의 끝을 준비하는 활동, 즉 임종 준비 활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간의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정리하는 것은 '슈카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갑작스러운 변고로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미리 주변 정리를 한다는 것이다.

내년 5월 아키히토 일왕이 물러나면서 올해로 사실상 '헤이세이' 시대가 끝나는 것도 노인들이 주변 정리를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도쿄의 연하장 작성·배송을 대행하는 알파프린트서비스 측은 "2년 전부터 '연하장 보내기를 중단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요청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올해 연하장 주문 전용 홈페이지에 '슈카쓰 연하장'을 위한 별도의 디자인과 예문을 마련했다.

그러자 '연하장을 중단하겠다'는 문구를 포함한 연하장 주문이 작년에 비해 5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슈카쓰 연하장 말미에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등의 문구를 함께 적어서 절교를 원하는 게 아니라는 뜻을

전하는 게 포인트다.

노인들의 현실적인 문제도 '슈카쓰 연하장' 붐에 일조했다.

100통가량의 연하장을 직접 쓰거나 대행업체에 맡겨 부치는 일이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연하장 교환 이외엔 별 교류가 없는 인간관계도 늘어났다.

아이치현의 70대 남성은 "연하장 만들 기력도 없기 때문에 지난해 교류가 적은 지인들에게는 '연하장을 보내지 않겠다'고

적어 보냈다"며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세계 제일 노인 대국 일본은 올해 70대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7%에 달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전체 28.1%에 달한다. 그

렇다 보니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주변을 정리하는 '슈카쓰'도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하장 청산 외에도 건강할 때 자신의 장례 절차, 연명 치료 여부, 재산 상속 문제 등을 정리해두려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22일 도쿄신문에는 '은행 계좌와 비밀번호, 가입해 둔 보험, 신용카드 정보,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을 노트에 적어두고

자식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자식들은 싫어하지만 재산 분할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 입지 않는 옷 등을 버리면서 신변을 정리 중이다'라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슈카쓰 사례' 기고문이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말기 암 선고를 받은 한 기업인이 '생전 장례식'을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본의 건설기계 업체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 전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고마쓰 입사부터 퇴임까지 40여년간

신세를 진 이들과 이후 여생을 함께 즐긴 사람들에게 기력이 있을 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자신의 생전 장례식을 광고로 알렸다.


사이타마현 하스다시처럼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아예 '슈카쓰 노트' '엔딩 노트'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한다. 안에는 연명치료·호스피스 치료·장기기증·간호시설 입소 여부, 원하는 장례 절차,

가족·친구들에게 남기는 말 등을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슈카쓰(終活)

인생의 끝을 준비하는 활동, 즉 노인들의 임종 준비 활동을 뜻하는 말이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고독사 증가 등이 문제가 되면서 노인들 사이에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정리’를 하자는

인식이 퍼지면서 보편화된 개념이다. 자신의 장례 절차, 연명 치료 여부, 재산 상속 문제 등의 정리와

가족·친구들에게 사후 남길 메시지 제작 등이 대표적인 ‘슈카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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