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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93] 세계 인구

바람아님 2013. 12. 9. 09:32

(출처-조선일보 2011.01.1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올해 안으로 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1804년에 10억명이었던 세계 인구가 1927년 20억명에 이를 때까지는 무려 123년이 걸렸던 것이 1960년 30억명까지는 33년, 1974년 40억명까지는 14년, 1987년 50억명까지는 13년으로 단축되더니,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바로 전인 1999년 60억명을 돌파하는 데에는 12년이 걸렸다. 현재 추세라면 10억명의 인구가 느는 데에는 이번에도 12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란다. 성경 말씀대로 우리 인간은 그야말로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좀 살 만한 나라들은 요즘 출산율을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인구의 증가를 걱정하고 있는데 선진국들은 인구의 감소를 두려워하고 있으니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모순인가? 우리 인간이 겪고 있는 모든 환경문제의 원인을 파고들면 그 기저에는 어김없이 인구 증가라는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환경파괴란 한마디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한' 우리가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출산율이 낮아도 2.1은 되어야 현재 수준의 인구라도 유지할 텐데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지금 이른바 대체출산율의 절반 정도에 머물러 있다. 얼마 전 1971년생 우리나라 남성과 여성의 거의 절반이 각각 94세와 96세까지 살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조선일보 2011년 1월 3일). 수명 연장과 출산율 저하는 2011년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그러나 무작정 출산율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현명한 해결책은 출산장려가 아니라 인구의 이동에 있다. 우리도 이제 이민을 허용할 때가 되었다. 선진국 중에서 출산율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 나라가 딱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이다. 이민자들이 아이를 낳아주기 때문에 미국은 저출산·고령화의 대재앙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곧 미국의 힘이다. 우리도 단순히 이민을 허용하는 데 멈출 게 아니라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을 정말 아름다운 꿈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