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11] '환유의 풍경'에 거는 기대

바람아님 2019. 3. 18. 11:13

(조선일보 2019.03.18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전경과 야경.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전경과 야경. /사진 제공: 서울디자인재단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관 5주년을 맞는다. 2

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작하였고, 박원순 시장이 마무리하여 2014년

3월 21일에 문을 연 DDP는 '디자인 서울'의 상징이다.

연면적 8만6574㎡(약 2만6188평) 부지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애환이 서려 있다.

조선시대에 군사 훈련과 무기 제작을 관장하던 하도감 자리에 일제가 공설운동장을

세운 것은 1925년의 일이다. 광복 후 종합운동장으로 활용되었으나

1988년 서울올림픽이 잠실에서 열린 이후에는 풍물 시장과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2007년 8월 서울시는 디자인센터 건립을 위해 국내외 최고 건축가 8명을 대상으로

국제 공모를 실시했다.

이라크 출신 영국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 '환유(換喩)의 풍경'이 선정되었다.

환유란 수사학적인 표현으로 어떤 사물의 특성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액체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DDP의 외관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의 환유이다.

아울러 비정형적인 형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변화하는 디자인의 미래를 나타낸다.

제각기 모양이 다른 4만5000여 장의 알루미늄 외장 판으로 덮인 29m 높이의 둥그런 외팔보 구조물은 도심에 내려앉은

거대한 우주선 같다는 평을 듣는다. 건설 계획의 수립과 건축가 선정 등에서 논란도 있었지만 이제 DDP는 외국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명소 1위로 자리 잡았다. 서울성곽, 이간수문, 하도감 유구, 동대문운동장 조명탑 등을

간직한 역사문화공원과 다양한 이벤트의 시너지 덕분이다. 하지만 DDP가 명실공히 디자인·창의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 되려면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