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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에서 부는 '혼다 지키기'운동

바람아님 2014. 2. 5. 13:10
    또 한 분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별세했습니다. 2차대전중 일본이 저지른 가장 반인권적 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증언할 수 피해자는 이제 불과 55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CNN방송은 인터넷 판에서 '또 한 분의 위안부 목소리를 잃었다(Another voice lost, Korean 'comfort women' dies)'라고 보도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나머지 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면 만에 하나 일본이 사과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과의 의미는 당사자가 생존해 있는 지금과는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세출법안'에 미 행정부로 하여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일본에 촉구케 한 것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미 하원을 통과한 '위안부 결의안'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인정과 사과를 촉구했지만 일본은 외면과 방해로 일관해 왔습니다. 때문에 비록 법적 강제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의회가 법안에 이 문제를 담은 것은 또 하나의 진전입니다. 이 법안에서 촉구한대로 미 국무장관이 일본을 상대로 압박에 나선다면 지금까지의 일본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킨 주역은 다름 아닌 '마이크 혼다(Mike Honda)' 의원이었습니다. 그는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이 미 하원을 통과할 때도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마이크 혼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의 뿌리는 일본입니다. 1941년 캘리포니아 주 '월넛 그로브'에서 태어났고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영아기를 콜로라도 주의 일본계 강제수용소에서 보냈습니다. 비록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에게 평화와 인권의식이 싹튼 것도 이 시기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계에 입문한 것은 조금 더 일찍이지만 연방 하원의원이 된 것은 2000년으로 60세 가까운 늦은 나이였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모국인 일본의 전쟁범죄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하고 추진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연히 "당신의 조국은 어디인가?"라는 일본인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고 동시에 옳은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뒤에도 그는 이 소신이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행동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위안부 관련 행사가 열리는 곳은 천리 길을 마다 하지 않고 찾았습니다.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에서 그는 항상 있어야 할 자리를 비우지 않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신 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오고 난 뒤에 몇 차례 위안부 관련 행사에서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편안한 인상의 그를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혼다가 지금 정치 생명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금까지 7선을 했는데 오는 11월 치러지는 선거에서 그를 떨어뜨리겠다는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상대는 인도계 미국인 로 칸나 전 상무부 부차관보입니다. 올해 37살로 나이로나 정치경력으로나 혼다의 손자 뻘에 불과한 젊은 후보지만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실리콘 밸리 거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일본인들이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혼다를 떨어뜨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들이 '혼다 구하기'에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2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혼다 의원 후원회에는 한인 15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미주 한인 총연맹도 회원들을 상대로 "혼다 의원을 돕자"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혼다 의원이 떨어질 경우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편적 인권을 위해 싸워온 그의 노력이 상당 부분 색이 바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차대전중 한국의 젊은 여성 20만명이 강제로 전장으로 끌려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일을 당했습니다. 불과 70여년 전의 일이지만 일본은 이 사실마저 부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성 운운하며 말장난으로 진실을 호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들의 범죄를 전세계에 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혼다 의원의 '위안부 결의안'이었습니다. 그의 끈질긴 노력은 위안부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인류가 보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식민지배 미화,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 교과서 왜곡 등으로 국제사회의 '전방위 밉상'으로 떠올랐습니다. 때문에 '혼다 지키기 운동'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한 정치인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일로 미국 정치권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