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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 오바마는 왜 야스쿠니 문제에 침묵하나

바람아님 2014. 4. 28. 08:40

(출처-조선일보 2014.04.28 차학봉 도쿄 특파원)


차학봉 도쿄 특파원 사진"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했다. 
그는 "아무리 전쟁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충격적 침해를 당했다"면서 "여성들이 인권을 침해당한 것은 
전쟁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쇼킹한 일이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이 발언이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 인식을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도 미국 대통령의 이례적인 위안부 비판 발언에 충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익을 앞세우는 일본 언론들은 좀 다른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도쿄(東京)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부의 강제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 양국에 대해 더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냉정한 역사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아베 총리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아사히(朝日)신문도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 정부가) 과거의 긴장을 
성실하게 해결하는 동시에 미래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발언한 점을 오히려 주목했다. 
아사히는 "한국에 너무 강경 자세만 취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통해 "한·미·일 결속에 고심했으며 한·중의 접근을 경계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비판적이라고 해도, 그 문제로 미·일 관계가 악화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미국 정부는 작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24일 오바마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결의와 
평화를 향한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바로 옆에 오바마 대통령이 있었지만,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당당하게 폈다.

아베 총리 발언과는 상관없이, 양국 공동성명에는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尖閣)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며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동성명이 지각 발표되는 난항을 겪었지만, 쟁점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방일을 앞두고 일본 각료와 국회의원들이 대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비판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회견에서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미국이 역사 인식 문제로 일본과 맺은 관계 자체가 손상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재정난에 따른 군비 축소와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자위대 역할 확대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한·미·일 협력 강화가 미국의 국익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통한 압력 행사로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를 견제하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