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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들꽃처럼

바람아님 2015. 9. 16. 09:58
국민일보 2015-9-16

가을바람도 살살 불어오고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가까운 도시자연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이 많아졌다. 많은 발길이 숲을 찾는 이유는 온몸을 감싸주는 듯한 숲과 대지의 역동적이고 건강한 생명의 기운으로 인해 생동감과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걷기 좋게 잘 조성된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가을 들꽃이 많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꾸는 사람이 없어도 길섶으로, 돌 틈 사이로, 여기저기 들쭉날쭉 야생의 모습 그대로 피어오른 이름 모를 들꽃이 아주 많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화려한 자태로 시선을 끌지 못하니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지나쳤던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은하고 수수한 꽃빛과 자태가 마치 세상에서 주목받는 인생은 아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렇게나 무질서하게 돋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양보와 배려 가운데 주위 환경과 어우러져 살아간다니,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미덕이 경이롭게 여겨지며, 미미한 들꽃이 상생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만 같다. 나직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리저리 밟히고 치였을 텐데, 질긴 생명력으로 피워낸 들꽃 한 송이의 존재를 그 누구도 업신여겨서는 안 될 것 같다.


화려하고 예쁜 것만 꽃처럼 여겼는데, 비록 들꽃에 매혹적인 향기는 없지만 섬세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볼수록 매력이 돋아나는 ‘볼매’ 덩어리이다. 밟히고 치이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워낸 들꽃을 보며, 고난으로 인해 삶이 힘들었지만 그 고난으로 인해 가치 있는 인생이 될 수 있었다는 우리네 삶의 고백을 떠올려본다.


지나친 개인주의로 점점 타인의 삶에 무관심해지고 소중한 가치마저 잃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도 들꽃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함께 나누는 상생의 꽃을 피워야 하지 않을까.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