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은 동메달보다 분명히 가치가 높다. 그런데도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얼굴이 더 어두운 것은 비교대상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은메달리스트는 자기가 놓친 금메달에 견준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노메달인 4위와 비교했던 것이다. 실제로 피겨 선수 김연아가 우승한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3위 캐나다 선수보다 표정이 어두웠다.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은 모습이다.
심리학에선 이런 심리를 샤덴프로이데로 해석한다. 남의 불행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일종의 질투심이다. 참 고약한 감정이지만 우리 마음에는 이런 심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질투의 본능은 청년기에 더 왕성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진이 18~80세 900여명에게 ‘지난해 질투를 느낀 적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4명 중 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가장 심한 시기는 30세 이하 젊은 층이었다. 80% 정도가 질투를 느꼈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미국의 분석 자료가 예사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나라라면 청년들의 질투심이 더 심하지 않았을까. 근자에 번진 흙수저 논란이 그렇다. 이들은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계급을 나눈다. 인터넷에선 자학 게임의 일종인 ‘흙수저 빙고’까지 유행하는 판이다.
낙담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영원한 흙수저도, 영원한 금수저도 없다. 따지고 보면 김연아도 빙상에 입문할 당시엔 흙수저 신세였다. 한국의 척박한 빙상 현실이 흙수저라면 국제빙상계를 쥐락펴락하는 일본은 금수저나 다름없었다. 김연아는 열악한 처지를 연습으로 채웠다. 빙판 위에서 2000번의 엉덩방아를 찧은 끝에 그녀는 마침내 여제로 등극했다. 중요한 것은 흙수저가 아니다. 흙수저를 입에 물고 놓지 못하는 삶의 자세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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