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이발소

바람아님 2013. 6. 20. 22:45

 

                                                                               <한강 "사랑이 이뤄지는 나무">

 

 

 

이발소/芯  九

 

 

          한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제부터 금년 장마가 시작 되었다.
          밤사이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덕분에 날씨는 조금 서늘 해졌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쏟아질듯 하늘이 시커멓다.

          요즘 사진찍기에 빠져 눈만 뜨면 밖으로 나가 산과 들을 헤멨는데 이런 날은

          사진을 찍을수 없어 그 동안 못깍은 덥수룩한 머리를 깍으러 이발소에 들렀다


          내가 자주 다니는 이발관은 천왕동에서 30여년을 이발하는 충청도 공주 사람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가위질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
          그러나 요즘 이발소에서 머리깍는 사람이 거의 없어 운영하기 힘든데도
          천직이 이발사니 힘닿는데까지 한단다.

          오늘도 사람이 없나보다. 이발소 밖에나와 어슬렁 거리는 걸보면


          "왜 밖에 나와 계세요?"
          "아, 예 답답해서 바람 좀 쐴려고요"
          천왕 이발소는 반지하 처럼 도로에서 서너계단 아래에 있는데
          아마도 도로를 내면서 건물앞 도로가 돋아져서 건물이 낮아 진것 같다.

 

          비내린 끝이라도 후덥지근해서 조금 걷고나서 건물에 들어서니 땀이 흐른다.
          "아휴, 조금 걸었더니 덥네요."
          "그럼 선풍기라도 틀어줄까?"
          "아니요 됐습니다."
         

          이곳에는 그 흔한 에어컨도 없다 더우면 창문열고 선풍기를 튼다
          그리고 아저씨가 사용하는 이발기구들은 몇십년 사용한 낡은 것들이다.
          그나마 가죽벨트에 쓱쓱 문지르고 면도해주던 것이 안전 면도날로 바뀐게 다행이다.
          그래서 나는 옛날냄새가 나는 이 이발소를 좋아하게 됐다.

           싹둑싹둑 가위질을하던 아저씨가 옛날엔 이발사가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었는데
          요즘은 밥굷어 죽기 딱 좋다고 하며 옛날 얘기를 한다.
         

          머리에는 파리가 낙상할 정도로 포마드를 번지르르 하게 발라 머리 뒤로 넘기고
          하얀 가운을 입고 나면 세상 부러울게 없고, 그 모습이 깔끔해 십리 밖에서도 알아

          볼 정도 였고 당시에는 사자(師字)가 떴었다며(나는 처음 듣는 말) 침까지 툭툭

          튀며 신바람이 났다
          즉,이발사,재단사,요리사로 선비사(士)가 아닌 스승사(師)를 쓰는 직업이 떴었단다.

 

          요리 얘기가 나오니까 침을 한번 꼴깍 삼킨 아저씨는 고등어 조림 타령을 늘어 놓는다.
          남대문 시장에 할매가 40여년간 고등어 조림을 하는데 생각 날때는 그곳을 찾는단다.
          무우 넓적하게 썰어 바닥에 깔고 자반 고등어 손질해서 고추장 넣고 조림하면 그렇게

          맛있다며 연신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고등어 조림하면 나 또한 일가견 있는 추억을 갖고 있어 아저씨가 뻥인지 떠봤다.
    

          "고등어 조림엔 무우 보다 감자가 제격인데........"
          "아 그렇지 감자도 넣고 무우도 넣고 그렇게 해먹지"
          "무우는 갈치 조림에 어울리는데......."
          "갈치도 좋고 고등어조림에도 궁합이 맞는 음식이여..."
          이정도면 아저씨말이 뻥은 아닌것 같은데 한번더 떠 보기로 했다.

 

          "아저씨 고등어 조림이 제일 맛있을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아 그야 모심을때가 제일 맛있지"
          허 이쯤되면 이건 진짜 알고 하시는 말이다
          "그렇지요 모심으려고 논에 심은 보리베고 감자캘때 햇감자 넣고 조린 고등어조림이

            최고지요"

          "그때는 인심이 좋아서 지나가는 사람은 다불러서 밥먹고 농주 마시고 그랬지,

           시골에 지나 다니는 사람 이라곤 박물장수,소금장수,우체부가 전부였지만.........."
 

           얘기 하는 동안 어느새 머리를 다깍고 머리를 툭툭털며 일어 나란다.
           반지하 허름한 이발소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모처럼 뜻이 맞는 동지를 만난듯 아직도 옛날로 돌아 갔던 흥분이 남아 있어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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