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는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중국의 강한 보복에 밀려 흔들리는 모양새다. 중국의 보복? 우리를 향하고 있는 저들의 대규모 미사일군(群)만 봐도 적반하장이지만, 중국이 사드가 군사적 위협이 못 된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다. 정작 내륙 깊숙이 들여다보는 일본과 대만 지역의 초(超)장거리 레이더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으니 저의가 따로 있는 게 틀림없다.
지난해 9월 항저우(杭州)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남중국해 문제로 다투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 이익에 배치되니 철회하라'고 한 데서 그 내심이 읽힌다. 방어 무기인데? 자기 땅에 남이 배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말이다. 해석하면 '한국과 남중국해는 중국 세력권이니 미국은 빠지라'는 뜻일 것이다. 중국이 2010년 천안함 사태 때 미 항모의 서해 진입을 한사코 막아섰던 속내나 이번에 주한미군 철수를 뜻하는 미·북 평화협정을 들고나온 것이나 다 같은 맥락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그것이 한반도를 보는 중국몽(中國夢)의 실체이고, 오늘날 온갖 치사한 사드 보복의 속내도 같을 것이다. 안 그래도 흔들리고 있던 한국 사회가 몇 마디 협박에 벌벌 떨면서 진사(陳謝) 사절단이 뛰어오고 앞잡이 노릇을 자청하는 사람들까지 적지 않으니까, 지금이 한국을 수중에 넣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강한 압박으로 한국에 종중(從中) 정부를 세우려는 것이라는 말이다. 작년 말 우리 외교부의 뜻을 무시하고 함부로 서울을 휘젓고 간 '사드 담당' 천하이(陳海) 부국장의 외교적 무례에서는 그 조급한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미국도 중국 이상으로 '사드 배치 합의'의 추이에 민감하다. 진작부터 '사드 배치 여부가 한국이 장차 미·중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면서 중국 눈치를 보는 한국을 냉정하게 주시해 왔던 미국이다. 그런 미국이 중국과 교감해가며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을 열어두는 우리 유력 정당과 대선(大選) 주자들을 보면서 '중국 편에 선 미래 한국'을 우려하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둘러 와서 '사드 배치를 재확인'한 것도 '한·미 동맹이 튼튼하다'는 믿음보다는 바로 그런 우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하긴 그게 아니라도 '만약 북한 핵미사일 앞에 주한미군더러 맨머리로 있게 했다가, 단 100명만 전사해도 정권이 흔들릴 텐데 어떤 미국 대통령이 사드 철회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어느 미 정보 관계자의 말대로 미국이 사드 같은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이 주한미군을 북한 핵미사일 앞에 버려둘 리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래저래 한국의 '사드 배치 철회'는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와 동의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것은 주한미군으로 유지되고 있는 오늘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한반도 전략 균형이 모두 붕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맹의 밑바탕은 신뢰인데 한국이 미국과 결별하고 중국의 배타적 세력권 아래 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시점에 '사드 배치 철회'는 함부로 거론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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