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라는 것을 다들 너무 어렵게 생각하더라고요.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일이라면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했죠. 이렇게 해서 작품이 제 손에서 떠날 때 귀한 대접을 받으면 좋겠고 미대 친구들에게도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해요.”
미국 잡지 포브스 아시아판에서 최근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대 이하 인물 30명에 선정된 동양화가 김현정(29·사진)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술 문턱 낮추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포브스는 김 작가 선정 이유에 대해 “작품을 통해 기존 관습에 도전한 작가”라고 밝혔다. 가수 박재범과 제시카, 에릭남, 축구선수 손흥민, 양궁선수 최미선 등이 포함된 명단에 순수미술 분야에서는 김 작가가 유일하다. 김 작가는 “한국 서울 여자의 이야기를 풍속화적으로 풀어낸 ‘내숭’ 시리즈에 시대적·국가적인 특성이 나타나고 SNS 활동도 많이 하는 점을 포브스에서 좋게 본 게 아닐까 싶다”고 선정 이유를 추측했다. ‘내숭’ 시리즈에는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등장해 운동이나 당구를 하거나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여성의 얼굴은 작가 자신이다.
김 작가는 서울대 미대 동양화를 전공하며 경영학도 복수전공했다. ‘배고픈 화가’가 양산되는 미술 시장 구조가 궁금하고, 예체능이라고 무시하고, 여자라고 무시하는 게 기분 나빠 학교에서 가장 점수가 높은 과 중 복수전공이 가능한 과를 선택한 것이다.
“남들 세 시간 공부할 때 저는 30시간 공부해야 따라갈 수 있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사례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까 기업 이름도 많이 알게 됐고 나중에 기업들이랑 컬래버레이션(협업) 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금 ‘김현정 아트센터’라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인사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많은 미술작가가 작품보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는 것과는 달리 작가는 자신을 홍보하는 데 적극적이다. 모든 소셜미디어를 다 활용한다. 페이스북에만 11만명의 팔로어가 있다. 인터뷰할 때도 늘 곱게 한복을 입고 다니고 강연도 마다치 않는다. 그런 그에게 “작품 외적으로 어필하려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김 작가는 이에 대해 “미대생 대부분이 여성인데 롤모델이 없고 방황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미술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일이라면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했고, 비판의 목소리도 크지만 응원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튀는 행동의 김 작가지만 미술을 대하는 자세만은 진지하다. 박사과정에서는 전통 한국 초상화 기법도 공부하고 있다.
김 작가는 “잘 안 풀릴 때는 원점으로 돌아가서 내실을 기하고 공부하고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한다”며 “얼핏 봤을 때는 ‘어머, 발칙하고 웃기네’ 싶지만 알고 보니 슬픈 ‘블랙 코미디’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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