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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디지털 시대… 로봇 기자가 날 밀어내려해

바람아님 2017. 7. 3. 11:52

(조선일보 2017.07.03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고등교육 전문직도 '노동 과잉 시대']


라이언 에이번트 '인간의 부'


라이언 에이번트250년 전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s·1776)'에서 무역을 통한 귀금속 

유입이 국가의 부를 증대시킨다는 중상주의적 사고를 탈피, 분업을 통한 시장 확대를 

강조했다. 결국 새로운 사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세계적 경제 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의 기자인 라이언 에이번트(Ryan Avent)의 

'인간의 부(The Wealth of Humans·2016)'는 디지털 시대에 그런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정책가들이 믿고 있는 케인스 또는 신자유주의식 사고는 이제 

거의 통하지 않는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그가 어느 날 로봇 기자의 위협을 

인지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완전 고용과 정규 노동이 정상적인 상태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숙련 노동자는 물론이고 전문직조차 로봇으로 대체되는 시대에는 '노동 과잉(labor abundance)'이 일반적인 현상이 된다. 

수요와 공급 조정을 통한 노동 시장의 균형 또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개념은 쓸모가 없다.


2차 산업혁명만 해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숙련 노동자는 물론이고, 비숙련 노동자라 해도 어느 정도 노력만 하면 조립 라인 또는 서비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하나씩은 차지할 수 있었다. 가끔씩 불황으로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인간의 부'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고임금의 안정된 일자리를 얻는 대표적인 수단인 고등 교육도 별 효과가 없다. 

수많은 대졸자, 박사 학위자, 심지어 한 분야의 숙련된 퇴직자에게조차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는 갈수록 어렵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은 거래 비용 절감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한 조직 내에 모아 놓을 필요가 없다. 

많은 사람이 정규 고용이 아니라 단기 계약 기반으로 일하게 되고 긱 경제

(gig-economy·임시직 경제)는 부업이 아니라 주된 소득 창출 경로가 된다.


디지털 경제가 야기한 극도의 불평등은 이제 구시대의 자유주의나 사회주의식 발상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자유시장은 궁극의 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통제 체제도 옳지 않다.


2차 산업혁명기에는 자유 시장의 결함을 국가가 보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지금은 기업 또는 노동자 일방의 이익 집단만을 대변하는 정당들의 대립을 극복하는 데에서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 

경제정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새로운 정치적 합의가 해법이란 얘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형의 사회적 자본(기업과 공동체 문화. 신뢰와 기대)을 활용한 해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책가들은 돈을 투입하거나 시설을 지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사고에 빠져 있고 

기업가들도 자신의 뛰어난 능력만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부는 사회가 만들어준 것이다.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소수의 행운아 또는 능력자를 제외하고는 도저히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그냥 일하지 않고 살 자유를 주되 사회가 최저 기본 소득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노동의 미래에 대해 기존 프레임을 깨고 여러 측면에서 근본부터 재성찰할 기회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