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되면 언론 매체와 사회단체들이 제가끔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세계 영장류학계가 매년 10대 뉴스를 발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 한다면 올해 가장 중요한 뉴스는 단연 자바긴팔원숭이의 출산 소식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구눙 할리문 살락 국립공원에서 10년째 긴팔원숭이를 연구하고 있는 우리 연구진이 지난 11월 중순 B그룹의 암컷 케티(Kety)가 아기를 낳아 기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게 10대 뉴스에 선정될 리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냥 너무 좋아서 하는 얘기다.
2017년 영장류학계의 진짜 최고 뉴스는 신종 오랑우탄의 발견이다. 그동안 우리는 수마트라오랑우탄과 보르네오오랑우탄 두 종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야생 오랑우탄 37마리의 유전체와 수컷 34마리의 골격을 분석한 37명의 과학자들은 지난 11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한 논문에서 북부 수마트라 바탕 토루(Batang Toru) 지방에 살고 있는 오랑우탄이 기존의 두 종과 다른 종이라며 타파눌리오랑우탄(Pongo tapanuliensis)이라 명명했다. 이로써 지구에는 인간을 비롯해 침팬지와 보노보, 고릴라 두 종, 오랑우탄 세 종, 긴팔원숭이 18종 등 모두 26종의 유인원이 살고 있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타파눌리오랑우탄은 약 330만년 전에 남부 수마트라오랑우탄과 분리됐으며 7만5000년 전 토루 화산 폭발로 인해 주변 산림이 파괴되는 바람에 더 확실하게 격리됐다. 흥미롭게도 타파눌리오랑우탄은 같은 섬에 사는 수마트라오랑우탄보다 이웃 섬에 사는 보르네오오랑우탄과 진화적으로 더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 옛날 바닷물 수위가 낮을 때 수마트라에서 보르네오로 이주한 것으로 보인다. 타파눌리오랑우탄은 제일 늦게 발견됐지만 셋 중에서 가장 오래된 오랑우탄으로 밝혀졌으며 아쉽게도 8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곧바로 대형 유인원 중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부디 만나자마자 이별이 아니길 바란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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