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찌야! 아찌야!
전화를 받는 딸아이의 표정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일이 생긴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4년전 아내가 떠날때에도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도 아침 이맘때였었다. 오늘 아침 우리집 "아찌"가 입원해 있는 동물병원에서 그 때와 똑 같은 전화를 받은 것이다 아찌는 지난 10월부터 일주일이 멀다고 병원 입원을 달고 살았다. 이번에도 지난 토요일 입원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더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보내주는게 좋다고 의사가 말했지만 그래도 하면서 며칠을 견뎌 왔는데 이제는 어쩔수 없다한다.
사실 아찌는 개라면 극히 싫어 하던 아내가 20여년전 친구집에서 데려온 마르티스다. 짓지도 않아 친구에게 물어 봤다
"어머, 왠일이야 먹을걸 보고도 달라 들지를 않네"그랬더니 친구가 대뜸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라서 한마리 사줬는데 친구가 장사를 하기 때문에 낮에는 집에 아무도 없어 베란다에 먹을것을 놓고 나가 는데 강아지는 하루 종일 해넘어 갈때까지 혼자 있을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많이 짓었었는데 얼마 지나고 나니까 개가 짓지를 않더란다. 그 이유가 아무리 짓어 봤자 누구도 와 주지 않고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나서 부터는 평상시에도 통 짓지 않는개가 됐다 한다. 더욱 측은해 보여 우리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좋아 하게 되었다. 외롭게 혼자 살아서 그랬는지 아내가 밖에 데리고 나가면 아무 한테나 쪼르르 달려와 엉덩이가 땅에 닿을 정도로 낮추고 꼬리를치며 아양을 떨었다.
그러다 나는 직장일로 지방근무를 하게 되어 지방으로 내려 갔고 그렇게 몇년이 지났을때 "아찌"는 당당히 우리집 식구의 일원이 되어 있었고 아이들 다 학교가고 없는 시간에도 아내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었다. 아찌가 출산 경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자연 분만을 시키려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시작된 산통이 밤늦게 까지도 출산하지 못하게 되자 겁이난 아내는 급기야 동물병원을 찾았지만 닿아 막퇴근 하려는 선생을 붙잡아 제왕 절개수술로 세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어미가 죽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 이후 우리 식구들은 아찌를 더욱 아끼게 되었다. 만 어미곁에두기로 했는데 분양 하기로 한 날이 가까워 오자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한 녀석 이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물똥을 싸는 바람에 할수 없이 그놈을 남겨 놓고 대신 남겨 놓기로 했던 녀석을 보냈다. 그렇게 하여 남은 녀석은 하루가 지나고 나니 더 활발하게 뛰어 다니고 짓기도 잘했다. 아마도 남에 집에 가기 싫어서 꾀병이라도 한것처럼. 는 드라마에서 최진실이 키우던 개의 이름이 "앵두"였는데 우리집 녀석에게도 그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따라서 짓기 시작 한것이다. 느꼈는지 며칠씩 짓지도 않고 음식도 잘 먹지 않기도 했었다.
아찌의 건강이 급격히 나뻐 진 것은 금년 봄부터다.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연일 이곳 저곳 부딪치고 먹는 것도 잘 먹지 못했다 은 15년 이라는데 우리 "아찌"는 21살이다. 않고 있는데 혼자 있던 "앵두"가 갑자기 허공에 대고 짓는다. 불길한 생각이 들어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눈이 벌개저서 돌아 왔다 "아찌"가 11시 30분에 작은 천사가 됐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맞아 떨어 질까. 사람이나 동물이나 텔레파시가 있나보다 "앵두"가 짓었던 시간과 "아찌"가 떠나간 시간이 신기하게 일치한다.
가는 그 날까지 엄마 좀 돌봐 주렴아" "아찌"의 명복을 비는 촛불이라도 켜주려 오류동 성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찌야~ 잘가거라~"
♪마음의 슬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