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房/自作詩와 에세이

아찌야! 아찌야!

바람아님 2013. 12. 21. 15:21

 

 

 

                     아찌야! 아찌야!

 

 

    동트자마자 이른아침에 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전화를 받는 딸아이의 표정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일이
    생긴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4년전 아내가 떠날때에도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위독하다
    는 전화를 받은 것도 아침 이맘때였었다.
    오늘 아침 우리집 "아찌"가 입원해 있는 동물병원에서 그
     때와 똑 같은 전화를 받은 것이다
    아찌는 지난 10월부터 일주일이 멀다고 병원 입원을 달고 살았다.
    이번에도 지난 토요일 입원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더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보내주는게 좋다고 의사가 말했지만 그래도 하면서 며칠을 견뎌 왔는데 이제는
    어쩔수 없다한다.

     

    사실 아찌는 개라면 극히 싫어 하던 아내가 20여년전 친구집에서 데려온 마르티스다.
    그렇게 개를 싫어하던 사람이 갑자기 개를 데려 왔으니 의아해 왠일이냐 물으니
    친구집에 가서 음식을 먹는데 조막만한 개가 옆에 앉아서 음식을 보고 달라 들지도 않고

    짓지도 않아 친구에게 물어 봤다

     

    "어머, 왠일이야 먹을걸 보고도 달라 들지를 않네"그랬더니 친구가 대뜸
    "그래 이개 데려다 키울래" 하면서 기막힌 사연을 털어 놓았다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라서 한마리 사줬는데 친구가 장사를 하기

    때문에 낮에는 집에 아무도 없어 베란다에 먹을것을 놓고 나가 는데 강아지는 하루 종일

    해넘어 갈때까지 혼자 있을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많이 짓었었는데 얼마

    지나고 나니까 개가 짓지를 않더란다. 그 이유가 아무리 짓어 봤자 누구도 와 주지 않고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나서 부터는 평상시에도 통 짓지 않는개가 됐다 한다.
    그러니 장사를 안할수도 없고 혼자 있는 강아지가 불쌍하니 데려다 키우라고 한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난 아내는 평소에 개를 그렇게 싫어 했지만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더욱 측은해 보여 우리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아이들은 좋아라 했고 나도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꼬리치며 애교 부리는 모습이 귀여워

    좋아 하게 되었다. 외롭게 혼자 살아서 그랬는지 아내가 밖에 데리고 나가면 아무 한테나

    쪼르르 달려와 엉덩이가 땅에 닿을 정도로 낮추고 꼬리를치며 아양을 떨었다.


    우리집에와 새삶을 살기 시작했으니 이름도 "아찌"라고 새이름으로 지어 주었다.

    그러다 나는 직장일로 지방근무를 하게 되어 지방으로 내려 갔고 그렇게 몇년이 지났을때 "아찌"는 당당히 우리집 식구의 일원이 되어 있었고 아이들 다 학교가고 없는 시간에도

    아내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었다.
    어느해 인가 여름장마 비가 쏟아지는 날 아찌가 산통을 시작했는데 아네는 친구로 부터

    아찌가 출산 경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자연 분만을 시키려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시작된

    산통이 밤늦게 까지도 출산하지 못하게 되자 겁이난 아내는 급기야 동물병원을 찾았지만
    늦은밤이라 주변에 문을 연  병원이 없었는데 간신히 신정사거리에 있는 병원과 연락이

    닿아 막퇴근 하려는 선생을 붙잡아 제왕 절개수술로 세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어미가 죽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 이후 우리 식구들은 아찌를

    더욱 아끼게 되었다.
    그렇게 두어달이 지나고 세마리중 두마리는 다른 사람을 주기로 하고 제일 활발한 놈한마리

    만 어미곁에두기로 했는데 분양 하기로 한 날이 가까워 오자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한 녀석

    이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물똥을 싸는 바람에 할수 없이 그놈을 남겨 놓고 대신 남겨 놓기로

    했던 녀석을 보냈다. 그렇게 하여 남은 녀석은 하루가 지나고 나니 더 활발하게 뛰어 다니고

    짓기도 잘했다. 아마도 남에 집에 가기 싫어서 꾀병이라도 한것처럼.
    그녀석이 지금까지 어미 "아찌"를 지켜준 "앵두"다 . "앵두"라는 이름은 당시 최진실이 나오

    는 드라마에서 최진실이 키우던 개의 이름이 "앵두"였는데 우리집 녀석에게도 그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앵두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고 "아찌"와 작난도 곧잘치며 짓기도 잘했다.
    그때 아찌에게 중요한 변화가 일어 났다. 그때까지도 짓지를 못했던 "아찌"가 조금씩 앵두를

    따라서 짓기 시작 한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찌"의 짓는 능력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아내가 떠날때 쯤에는 그 낌새를

    느꼈는지 며칠씩 짓지도 않고 음식도 잘 먹지 않기도 했었다.

     

    아찌의 건강이 급격히 나뻐 진 것은 금년 봄부터다.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연일 이곳

    저곳 부딪치고 먹는 것도 잘 먹지 못했다
    의사는 노령으로 인한 것으로 시력 회복 수술도 어렵다 했다. 통상 마르티스종의 평균 수명

    은 15년 이라는데 우리 "아찌"는 21살이다.
    병원 갈때 마다 의사는 늘 "아찌"의 장수가 연구대상 이라고 까지 했었다.
    우리 "앵두"도 16살이다. 아이들이 아침에 전화 받고 그렇게 나간후 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는데 혼자 있던 "앵두"가 갑자기 허공에 대고 짓는다. 불길한 생각이 들어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눈이 벌개저서 돌아 왔다 "아찌"가 11시 30분에 작은

    천사가 됐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맞아 떨어 질까. 사람이나 동물이나 텔레파시가 있나보다 "앵두"가 짓었던 시간과 "아찌"가 떠나간 시간이 신기하게 일치한다.
    아내가 눈을 감은 시간도 10시 30분이다. 평소에 그렇게 좋아 했던 "아찌"도 같은시간대에 엄마 곁으로 갔다.


    "여보 이제는 덜 심심하겠구려, 아찌가 이제 당신 곁에 있어 줄테니..."
    "아찌야 네가 내 곁을 떠난것은 아픔이지만 널 사랑한 엄마곁으로 갔으니 그 곳에서 내가

    가는 그 날까지 엄마 좀 돌봐 주렴아"
    "아찌"를 엄마곁에 묻어 주겠다며 눈이 벌개져 하얀 유골함을 들고 들어오는 딸아이를 보며

    "아찌"의 명복을 비는 촛불이라도 켜주려 오류동 성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찌야~ 잘가거라~"

     

     


                                                                         2013년 12월 20일 아찌를 보내며
     

    ♪마음의 슬픔

'바람房 > 自作詩와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 숲  (0) 2013.12.29
함박눈의 추억  (0) 2013.12.25
그리움  (0) 2013.12.19
하얀 캔버스  (0) 2013.12.16
裸 木  (0) 2013.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