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양상훈 칼럼] 떠난 3040 돌아오게 할 女工 출신의 꿈

바람아님 2020. 5. 15. 08:54
조선일보 2020.05.14 03:20

'열심히 일해 내가 잘살고 그걸로 어려운 사람 돕자는 게 내 생각'이라는
김미애 당선인의 포부가 보수 철학의 모든 것
보수 가치의 우물 채워지면 국민이 물 길어 목 축일 것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이번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의 득표 차는 8.5%포인트(243만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243만명 중 122만명이 마음을 바꾸면 선거는 뒤집힌다. 122만명은 많은 숫자일까 적은 숫자일까. 서울 지역구에 출마했던 분은 "실제 선거에 나가보면 유권자 1만명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진다"며 "그것이 가능하려면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122만명의 마음을 바꾸는 일은 좋은 후보를 내고, 공약을 잘 만드는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 나라 전체에 부는 바람의 풍향, 세기, 온도, 습도가 달라져야 한다. 한마디로 계절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진보 좌파의 계절이다. 필자는 이 계절이 당분간 더 갈 것으로 전망한다. 보수 우파에 계절을 바꿀 만한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3040세대 몇 사람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생각들이 비슷했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현재 야당은 인물이나 정책에 앞서 태도와 자세에서 지고 들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태도와 자세가 지속적으로 대중을 자극하면 그에 대한 사회적 정서가 형성된다. 한번 형성된 정서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지금 야당에 대해선 비호감 정서가 장마전선처럼 형성된 상태다.

3040이 야당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호감 정서의 첫머리에 '박근혜'가 있었다. 3040과 박근혜는 그야말로 대척점에 서 있는 듯했다. 박근혜 탄핵 때 총리가 야당 대표가 돼 총선에 나왔으니 3040의 표를 얻기엔 원천적인 문제가 있었다. 3040은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에 나온 사람들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에서 태극기를 들고 등산복을 입은 노령층을 보면 반감이 먼저 생긴다고 했다. 미국 국기, 이스라엘 국기를 든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에 대해선 아주 얄밉다는 감정을 갖고 있었다. 정권이 시도때도 없이 친일파 타령을 하는 것은 이를 읽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3040은 여당이 세월호를 '너무 우려먹는다'는 걸 안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막말을 하는 야당이 더 싫다고 했다. 이런 상황인데 투표일 직전 야당에서는 "3040은 논리가 없다"에 더해 '세월호' 논란까지 나왔다. 3040표를 내쫓은 것과 같다.

여 7 야 3으로 기운 3040세대의 마음이 최소한 6대4 정도로만 바뀌어도 선거는 박빙이 된다. 야당이 3040의 행태에 동의할 수 없어서 그들과 따로 가고 싶으면 그래도 좋다. 다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3040세대는 야당의 말실수, 막말, 구태 등은 시시콜콜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지만 현 정권의 국정 차원 실정(失政)에 대해선 잘 모르거나 큰 관심이 없었다. 울산 선거 공작은 사건 자체를 잘 몰랐고 소득 주도 성장이나 탈원전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 친정권 일색인 언론 환경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야당 자체의 문제인 듯했다. 3040은 김정은을 혐오했고, 대다수가 문재인 정권 경제에 낙제점을 줬다. 하지만 문재인은 북핵이 어찌 됐든 북한과 잘 지내려고 하고, 경제를 망치든 어쨌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 나눠주려고 한다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그런데 야당은 다 반대만 할 뿐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말실수' 같은 것만 부각된다.

실제 지난 3년 동안 야당엔 정체성을 보여줄 정책이 없었다.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라 '보수 우파적 가치(價値)'라는 우물이 말랐기 때문이다. 야당 당선인 중 보수 우파적 가치에 대해 국민을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 사람을 움직이는 원초적 동력은 '배 고픔'과 '배 아픔'이다. 보수 우파는 한국의 '배 고픔'을 해결했다. 기적적 업적이다. 그런데 '배 고픔'이 지나면 '배 아픔'의 계절이 온다. 계절이 바뀌었는데 계속 '배 고픔'적 시절 얘기를 하니 대중이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배 아픔'의 해결은 진보 좌파의 전유물인가.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모두 보수 우파가 만든 제도다.

보수 철학은 어렵지 않다. 야당의 김미애 당선인은 여공 출신으로 야간대학을 다녀 변호사가 됐다. 아이 셋을 입양했거나 데려와 키운다. 그는 "나는 보수의 가치를 신뢰하고 자유를 존중한다"며 "열심히 일해서 내가 잘살고, 그걸로 어려운 사람 돕자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것이 보수의 처음이자 끝이다. 보수는 '국민 각자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그것으로 경제 사회의 창조와 발전을 이끌되 공동체의 규범을 벗어나는 방종은 규제하자는 정신'이다. 보수는 '자유' '열심' '일' '잘살기' '돕기' '공동체 지키기'다. 이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성실하게 국민을 설득하면 겨울에 떠난 3040세대는 봄철에 제비 돌아오듯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당 당선인들은 국회 개원 전에 전성철 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이 쓴 '보수의 영혼'을 읽어봤으면 한다. 쉽게 쓴 책이다. 보수 가치의 우물이 다시 채워지면 국민이 물을 길어 목을 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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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보수의 영혼
    보수의 영혼
    진보를 이겨내는 자유의 힘
    저자        전성철
    출판        엘도라도  |  2019.12.2.
    페이지수  304 | 사이즈    141*211mm
    판매가     서적 15,300원    e북 9,630원  


    출판사서평

    보수와 진보는 왜 영원히 대립하는 숙명적 경쟁 관계가 되었나?
    진보를 이겨내는 자유의 힘,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살펴본다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게 된 이래로 보수와 진보는 늘 대립해왔으나, 최근 들어 그 대립 양상은 계층이나 계급, 지역 갈등이 아니라 극심한 세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본래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은 선악으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지만, 사회 갈등의 한 요소가 되면서 이념에 따라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혐오하는 세태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 이념 경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과연 이념 경쟁은 대한민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미국 변호사 출신의 국제 법률 권위자인 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IGS) 전성철 회장은 ?보수의 영혼?이라는 신작을 통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념 경쟁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은 ‘보수’와 ‘진보’라는 역사의 양대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갈 때 국가의 진정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제하며,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이념의 불균형이라는 문제에서 찾는다. 이념 불균형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수 진영이 보수의 논리와 사상, 영혼을 갖춰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이 책은 보수와 진보의 근원적인 개념은 무엇이며, 이들 이념이 오늘날 숙명적인 대립의 두 축이 된 역사적인 계기가 무엇인지를 세계 정치·경제 발전사의 흐름과 함께 살펴본다. 저자의 강조점은 보수에 있다. 진보 진영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보수 진영이 ‘자유와 선택의 힘’을 깨닫는 것, 그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이념 경쟁 시대의 해법이다.

    존폐 위기에 처한 지금이 바로
    보수의 이념을 명확히 해야 할 때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당인가? 최근 자유한국당의 모 3선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좀비 정당’이라고 극단적으로 비하했다. 그런데 아무도 이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좀비란 영혼이 빠져버린 사람을 뜻한다. 즉, 좀비 정당이란 추구하는 가치가 사라져버린 정당이라 할 수 있다.

    정통 보수 정당이라면 응당 ‘자유’와 ‘선택’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어야 하며,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수 정당은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을 국민들에게 명확히 보여주는 일을 소홀히 해왔다. 저자는 바로 이 때문에 보수 정당이 현재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왜 영원히 대립하는 숙명적 경쟁 관계가 되었나?


    보수의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수가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보수의 핵심 가치가 ‘자유’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다. 사실 상당수의 보수가 그 이념을 택하게 되는 이유는 막연히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형편에 만족하고 되도록 이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수의 본질을 잘못 알고 있다. 보수는 안정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다. 도리어 어떤 면에서는 진보보다 더 역동성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어 발전적인 경쟁을 일으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이념이 바로 보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수가 때로는 ‘수구’라고 비난받을 정도로 많은 오해를 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대한민국의 근대화 시기에 서구권에서 정치 이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번역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영미권에서 보수주의를 일컫는 ‘conservative’라는 말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지키는 자’라는 뜻이다. 즉, ‘보존’이라는 뜻에 더 가깝다. 이것을 ‘보존’이 아닌 ‘보수’라고 번역한 까닭에 ‘기득권을 지킨다’는 의미가 강한 ‘수구’ 세력이라고 종종 오인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와 개혁주의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보수’가 받는 여러 가지 오해들, 즉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오해, 독재를 옹호한다는 오해 등을 하나씩 해명한다. 그리고 특히 젊은 세대가 ‘진보’에 호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하며, 보수가 세대 간 더 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와 행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젊은 보수를 이끌어야 보수가 산다
    자부심 넘치는 대한민국을 위해 보수가 나아가야 할 길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패싸움의 정치’를 그만두기 위한 답이 바로 이 책에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궤적을 통해 짚어보며, 서로의 이념과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정치판을 만들기 위해 양대 정당과 정치 제도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살펴본다. 또한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자부심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보수와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전망한다. 이 책이 우리나라의 모든 보수에게 ‘나는 왜 보수인가?’라는 질문에 확신에 찬 답을 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