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 목판화, '우키요에'의 강한 이미지로만 남아 있던 후지산이 시즈오카에 오니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근본적인 일본의 풍경이고, 예술적 영감의 보고인 후지산. '후지산의 나라, 시즈오카'는 허명이 아니다.
후지산 전망대, 스루가만 페리
시즈오카현 시미즈항에 도착했다. 스루가만 너머 저 멀리에 후지산이 있다. 페리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후지산을 좀더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구름이 잔뜩 끼었어도 후지산이 저기 있다는 생각에 들떠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즈 반도의 도이항으로 향하는 페리를 탔다. 후지산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커져 간다. 스루가만 페리가 향하는 길은 '현도 223번'이다. 일본의 현도는 우리나라 지방도로다. 바닷길에 국도나 지방도로처럼 이름을 붙였다. 시즈오카현 223번 도로는 후지산을 보며 항해하는 바닷길이다. 일본어 발음으로 2, 2, 3이란 숫자가 후, 지, 산으로 읽히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
페리에서 보면 후지산은 마치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섬 같다. 처음 후지산을 보는 사람이라면 "후지산이 바닷가에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바다와 바짝 붙었다. 그러니까 내륙 깊숙한 곳의 산이 바닷가에 면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후지산은 40~50km 떨어진 곳에서 본다 해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다. 높이 때문이다. 한라산 높이는 1,950m, 백두산은 2,744m다. 한라산이나 백두산이나 한반도에선 큰 산이다. 하지만 높이로만 따지면 후지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후지산은 백두산보다 1,000m가 더 높은 3,776m다. 넓이를 따져 봐도 동서 35km, 남북 45km에 달한다. 일본의 영산일 수밖에 없다. 페리에서 후지산까지의 거리는 대충 어림잡아도 40km가 넘는데, 후지산이 바로 저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이런 이유다.
후지산 정상을 가리던 구름에 어느 새 희미한 붉은 기가 들기 시작한다. 페리 갑판 너머로 시미즈항 쪽을 돌아보니 해가 저문다. 하늘은 붉고, 푸르고, 노랗다. 출렁대는 바다는 깊고 캄캄하다. 이내 노을은 활활 타오르듯 무섭게 변해 간다. 더 이상 화려할 수가 없다. 반대편에는 어둠 속에 잠긴 후지산이 있다. 어느 순간 후지산을 가리던 구름이 조금씩 물러나더니 구름 위로 뾰족 솟아나온 후지산 정상이 온전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승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승무원들조차 갑판에 나와 사진을 찍는다. 후지산이 저기 있다. 일본의 정신이다.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지점은 많다. 하지만 내 경험으론 태평양 쪽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이 최고다. 스루가만 페리 같은 곳이 그중 하나다.
검은 모래산, 후지산 트레킹
다음날 아침, 전날의 흥분이 채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어제 갑자기 눈이 내려 도로가 폐쇄되었어요."
당초 계획은 후지노미야 코스의 5고우메合目, 해발 2,400m에서부터 호에이 분화구까지 트레킹을 할 예정이었다. 오늘 이렇게 되려고 어제 후지산 일몰이 그렇게 화려했었나, 탄식이 나올 만큼 아쉽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만 별 도리가 없다. 결국 호에이 분화구는 포기하고 대신 고텐바 코스의 5고우메해발 1,440m에 오르기 한다. 후지노미야 코스와 마찬가지로 고텐바 5고우메까지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5고우메 주차장에서부터 30분 정도 산을 오르니 검은 쌍둥이산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300년 전까지 후지산이 분화했던 증거다. 분화로 인해 고텐바 코스 주변에는 식물이 거의 없다. 눈에 보이는 건 검은색 돌과 모래뿐이니 후지산을 오른다는 건 산등선이 없는 거친 모래산을 오르는 것 같다. 후지산이 워낙 높은데다가 화산 폭발 운운하는 선입견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후지산에 오르는 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정상에 올랐던 사람들 얘기는 다르다. 올라가 보면 알겠지만 정상에선 나이 든 사람이나 어린 아이도 많이 볼 수 있다. 어떻게 어린 아이들이 후지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들을 데리고 종종 후지산에 올라간다는 어느 사진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후지산에 올라가 보면 알 거에요."
후지산 정상이 3,776m라 해도 버스를 타고 2,500m 지점까지 간단히 올라갈 수 있는 것도 후지산에 오르는 게 어렵지 않은 이유다. 쌍둥이산 사이로 등산로를 표시한 로프 줄이 까마득히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로프를 따라 일곱 시간만 오르면 정상이다. 이번엔 여기서 돌아가지만 금년 여름엔 꼭 후지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
후지산을 향해 카약 노를 젓다
다음 목적지는 후지노미야시의 다누키 호수다. 후지산 서쪽 기슭, 아사기리 고원에 위치하는데, 동서 길이는 1km, 둘레는 4km다. 다누키 호수는 '다이아몬드 후지'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후지산 정상과 태양이 정확히 포개질 때 생기는 빛의 콘트라스트를 일본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후지'라고 부른다. 매년 4월20일, 8월20일 전후로 일주일 정도 볼 수 있다. 한편 후지산 정상 위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은 '문 라이트 후지' 또는 '진주 후지'라고 부른다. 달빛을 받아 붉은 기를 띤 후지산 바로 위에 진주빛 달이 떠오른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신비스럽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후지나 문 라이트 후지가 다누키 호수의 전부는 아니다. 오늘은 자전거를 빌려 다누키 호수를 달려 본다. 자전거로 달리기에 4km는 너무 짧지만 군데군데 후지산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종종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다 보니 낚시터도 있고, 캠핑장도 있다. 호숫가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며 캠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여기 꼭 다시 와야 할 이유다. 후지노미야역에서 버스로 45분 걸린다. 작년 6월 후지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은어, 농어 낚시로 유명한 카노가와강에선 카약을 탈 수 있다. 카노가와강은 후지산을 바라보며 북쪽으로 흘러간다. 그러니까 여기서 카약을 타면 후지산을 마주보며 노를 젓게 된다. 난생 처음 잠수부 같은 옷을 입고, 카약을 타는 거라 노를 젓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노 젓기는 쉬웠다. 물살을 거스르지만 않으면 카약은 제법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두 시간은 쏜살같이 가 버리고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카약에서 내리는 게 못내 아쉬웠다. 카약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노를 젓는 중간중간 보이는 후지산에 가슴이 짜릿했다.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시즈오카현 관광협회, 시즈오카현 서울사무소 02-777-1835
후지산의 제 모습을 찾다
시즈오카에 오기 전 후지산은 채색 목판화, 우키요에 그림 속 이미지가 강했다. 몇년 전에는 교토에서 도쿄로 가는 신칸센 기차 창밖으로 후지산을 언뜻 봤지만 그때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인지 덤덤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후지산에 가보고 싶은 바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 번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이란 독일영화를 보고, 호수에 비친 후지산을 보겠다며 후지요시다시에 있는 가와구치 호수를 찾아 갔다. 하지만 비가 오고 날이 흐린 탓에 후지산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후지산은 의심할 바 없이 가장 근본적인 일본의 풍경이고, 예술적 영감의 보고다. 후지산을 그린 우키요에는 고흐와 고갱, 모네와 마네 같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마저 매혹시켰다. 내가 보지 못한 후지산의 황홀한 모습이 있을 거라는 환상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번에 시즈오카에 오니 내내 구름 속에 가려 있는 것만 같던 후지산이 마침내 제 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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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호에이 화구 트레킹
후지노미야 입구의 신5고우메에서 시작한다. 5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가능하다. 소요시간 약 90분. 5월과 11월에는 상당히 춥기 때문에 방한준비가 필요하다. 후지산 정상에 오르기 적합한 때는 7~8월이고 대개 1박 2일이 걸린다. 후지산 정상까지는 여러 코스가 있는데 후지노미야 코스가 가장 짧다. 사람에 따라 당일 등반도 가능하다. 단, 고산병에 주의해야 한다.
고우메合目
일본에서 산의 높이를 표시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말을 한국어로 번역할 수 없는 데서 온다. 한국보다 산지의 규모가 훨씬 큰 일본에서는 자연히 산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말들이 발달했다. 合目도 그중 하나다. 이를 흔히 한국어로 '합목'이라고 쓰지만 일본식 한자표기를 우리 식으로 읽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한국어사전에 '합목'이란 단어는 당연히 없다.
시미즈항 스루가만 드림 페리
시미즈항에서 도이항까지는 약 65분이 걸린다. 통상 요금은 어른 2,200엔, 어린이 1,100엔이지만 2014년 3월31일까지 최대 50%까지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시미즈역에서 시미즈항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다. 소요시간 7~8분.
시미즈항에서 이즈반도의 도이항을 오가는 스루가만 페리를 타고 바라본 후지산
후지산 전망대, 스루가만 페리
시즈오카현 시미즈항에 도착했다. 스루가만 너머 저 멀리에 후지산이 있다. 페리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후지산을 좀더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구름이 잔뜩 끼었어도 후지산이 저기 있다는 생각에 들떠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즈 반도의 도이항으로 향하는 페리를 탔다. 후지산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커져 간다. 스루가만 페리가 향하는 길은 '현도 223번'이다. 일본의 현도는 우리나라 지방도로다. 바닷길에 국도나 지방도로처럼 이름을 붙였다. 시즈오카현 223번 도로는 후지산을 보며 항해하는 바닷길이다. 일본어 발음으로 2, 2, 3이란 숫자가 후, 지, 산으로 읽히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
페리에서 보면 후지산은 마치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섬 같다. 처음 후지산을 보는 사람이라면 "후지산이 바닷가에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바다와 바짝 붙었다. 그러니까 내륙 깊숙한 곳의 산이 바닷가에 면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후지산은 40~50km 떨어진 곳에서 본다 해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다. 높이 때문이다. 한라산 높이는 1,950m, 백두산은 2,744m다. 한라산이나 백두산이나 한반도에선 큰 산이다. 하지만 높이로만 따지면 후지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후지산은 백두산보다 1,000m가 더 높은 3,776m다. 넓이를 따져 봐도 동서 35km, 남북 45km에 달한다. 일본의 영산일 수밖에 없다. 페리에서 후지산까지의 거리는 대충 어림잡아도 40km가 넘는데, 후지산이 바로 저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이런 이유다.
후지산 정상을 가리던 구름에 어느 새 희미한 붉은 기가 들기 시작한다. 페리 갑판 너머로 시미즈항 쪽을 돌아보니 해가 저문다. 하늘은 붉고, 푸르고, 노랗다. 출렁대는 바다는 깊고 캄캄하다. 이내 노을은 활활 타오르듯 무섭게 변해 간다. 더 이상 화려할 수가 없다. 반대편에는 어둠 속에 잠긴 후지산이 있다. 어느 순간 후지산을 가리던 구름이 조금씩 물러나더니 구름 위로 뾰족 솟아나온 후지산 정상이 온전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승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승무원들조차 갑판에 나와 사진을 찍는다. 후지산이 저기 있다. 일본의 정신이다.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지점은 많다. 하지만 내 경험으론 태평양 쪽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이 최고다. 스루가만 페리 같은 곳이 그중 하나다.
후지산 고텐바 코스의 5고우메(1,440m) 부근 전경
카노카와강에선 후지산을 바라보며 카약을 탄다
검은 모래산, 후지산 트레킹
다음날 아침, 전날의 흥분이 채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어제 갑자기 눈이 내려 도로가 폐쇄되었어요."
당초 계획은 후지노미야 코스의 5고우메合目, 해발 2,400m에서부터 호에이 분화구까지 트레킹을 할 예정이었다. 오늘 이렇게 되려고 어제 후지산 일몰이 그렇게 화려했었나, 탄식이 나올 만큼 아쉽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만 별 도리가 없다. 결국 호에이 분화구는 포기하고 대신 고텐바 코스의 5고우메해발 1,440m에 오르기 한다. 후지노미야 코스와 마찬가지로 고텐바 5고우메까지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5고우메 주차장에서부터 30분 정도 산을 오르니 검은 쌍둥이산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300년 전까지 후지산이 분화했던 증거다. 분화로 인해 고텐바 코스 주변에는 식물이 거의 없다. 눈에 보이는 건 검은색 돌과 모래뿐이니 후지산을 오른다는 건 산등선이 없는 거친 모래산을 오르는 것 같다. 후지산이 워낙 높은데다가 화산 폭발 운운하는 선입견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후지산에 오르는 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정상에 올랐던 사람들 얘기는 다르다. 올라가 보면 알겠지만 정상에선 나이 든 사람이나 어린 아이도 많이 볼 수 있다. 어떻게 어린 아이들이 후지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들을 데리고 종종 후지산에 올라간다는 어느 사진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후지산에 올라가 보면 알 거에요."
후지산 정상이 3,776m라 해도 버스를 타고 2,500m 지점까지 간단히 올라갈 수 있는 것도 후지산에 오르는 게 어렵지 않은 이유다. 쌍둥이산 사이로 등산로를 표시한 로프 줄이 까마득히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로프를 따라 일곱 시간만 오르면 정상이다. 이번엔 여기서 돌아가지만 금년 여름엔 꼭 후지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
후지산을 향해 카약 노를 젓다
다음 목적지는 후지노미야시의 다누키 호수다. 후지산 서쪽 기슭, 아사기리 고원에 위치하는데, 동서 길이는 1km, 둘레는 4km다. 다누키 호수는 '다이아몬드 후지'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후지산 정상과 태양이 정확히 포개질 때 생기는 빛의 콘트라스트를 일본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후지'라고 부른다. 매년 4월20일, 8월20일 전후로 일주일 정도 볼 수 있다. 한편 후지산 정상 위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은 '문 라이트 후지' 또는 '진주 후지'라고 부른다. 달빛을 받아 붉은 기를 띤 후지산 바로 위에 진주빛 달이 떠오른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신비스럽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후지나 문 라이트 후지가 다누키 호수의 전부는 아니다. 오늘은 자전거를 빌려 다누키 호수를 달려 본다. 자전거로 달리기에 4km는 너무 짧지만 군데군데 후지산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종종 자전거를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다 보니 낚시터도 있고, 캠핑장도 있다. 호숫가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며 캠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여기 꼭 다시 와야 할 이유다. 후지노미야역에서 버스로 45분 걸린다. 작년 6월 후지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은어, 농어 낚시로 유명한 카노가와강에선 카약을 탈 수 있다. 카노가와강은 후지산을 바라보며 북쪽으로 흘러간다. 그러니까 여기서 카약을 타면 후지산을 마주보며 노를 젓게 된다. 난생 처음 잠수부 같은 옷을 입고, 카약을 타는 거라 노를 젓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노 젓기는 쉬웠다. 물살을 거스르지만 않으면 카약은 제법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두 시간은 쏜살같이 가 버리고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카약에서 내리는 게 못내 아쉬웠다. 카약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노를 젓는 중간중간 보이는 후지산에 가슴이 짜릿했다.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시즈오카현 관광협회, 시즈오카현 서울사무소 02-777-1835
시즈오카현을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후지산과 만난다
후지산의 제 모습을 찾다
시즈오카에 오기 전 후지산은 채색 목판화, 우키요에 그림 속 이미지가 강했다. 몇년 전에는 교토에서 도쿄로 가는 신칸센 기차 창밖으로 후지산을 언뜻 봤지만 그때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인지 덤덤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후지산에 가보고 싶은 바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 번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이란 독일영화를 보고, 호수에 비친 후지산을 보겠다며 후지요시다시에 있는 가와구치 호수를 찾아 갔다. 하지만 비가 오고 날이 흐린 탓에 후지산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후지산은 의심할 바 없이 가장 근본적인 일본의 풍경이고, 예술적 영감의 보고다. 후지산을 그린 우키요에는 고흐와 고갱, 모네와 마네 같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마저 매혹시켰다. 내가 보지 못한 후지산의 황홀한 모습이 있을 거라는 환상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번에 시즈오카에 오니 내내 구름 속에 가려 있는 것만 같던 후지산이 마침내 제 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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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호에이 화구 트레킹
후지노미야 입구의 신5고우메에서 시작한다. 5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가능하다. 소요시간 약 90분. 5월과 11월에는 상당히 춥기 때문에 방한준비가 필요하다. 후지산 정상에 오르기 적합한 때는 7~8월이고 대개 1박 2일이 걸린다. 후지산 정상까지는 여러 코스가 있는데 후지노미야 코스가 가장 짧다. 사람에 따라 당일 등반도 가능하다. 단, 고산병에 주의해야 한다.
고우메合目
일본에서 산의 높이를 표시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말을 한국어로 번역할 수 없는 데서 온다. 한국보다 산지의 규모가 훨씬 큰 일본에서는 자연히 산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말들이 발달했다. 合目도 그중 하나다. 이를 흔히 한국어로 '합목'이라고 쓰지만 일본식 한자표기를 우리 식으로 읽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한국어사전에 '합목'이란 단어는 당연히 없다.
시미즈항 스루가만 드림 페리
시미즈항에서 도이항까지는 약 65분이 걸린다. 통상 요금은 어른 2,200엔, 어린이 1,100엔이지만 2014년 3월31일까지 최대 50%까지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시미즈역에서 시미즈항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다. 소요시간 7~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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