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兩手
하늘이 양손을 天之生兩手 (천지생양수)
만들어 준 것은
뭐라도 하라는 盖欲有所爲 (개욕유소위)
뜻으로 한 건데
어쩌잔 말인가 如何拱而坐 (여하공이좌)
팔짱만 끼고서
먹을 것 내려줄 只待雨粟時 (지대우속시)
하늘만 보다니
―이용휴(李用休)
독특한 개성의 작품을 써서 유명한 조선 후기 문인 이용휴(李用休·1708 ~1782)의 시다.
길이는 짧고, 내용은 쉬우며, 취지는 교훈적인 것이 그의 시가 지닌 특징이다.
제목을 잃어버린 이 시도 다르지 않다.
사람마다 양손이 달려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손을 써서 무슨 일이든 하라는 하늘의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양손을 오므려 팔짱만 끼고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늘에서 곡식을 비처럼 내려주기만을 기다린다.
그게 될 말인가? 그러나 그런 사람이 세상 도처에 있었다.
일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흔한 상식으로 돌아가 살라는 말이 고상한 논리나 준엄한 훈계보다 낫다.
천우속(天雨粟) 마생각(馬生角)이란 말이 있다.
하늘에서 곡식이 쏟아지고, 말 머리에 뿔이 난다는 말로 있을 수 없는 것을 뜻한다.
대개는 양손을 쓰지 않는 사람 앞에 펼쳐지는 환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