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설왕설래] 통화스와프

바람아님 2016. 1. 18. 00:44
세계일보 2016-1-17

통화스와프는 통화를 교환(swap)하는 것이다. 양국이 약정한 환율에 따라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거래다. 외환보유액이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 경제도 휘청거렸다. 당시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에 이르는데도 국내외 위기감이 컸다.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다급한 정부는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했다. 미측은 부정적 반응이었다. 일본이나 영국 등처럼 국가 신용등급이 AAA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5단계나 낮은 A수준이었다. 정부는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지렛대로 활용했다. 외환을 확보하려면 미 국채를 내다팔 수밖에 없는데, 미 통화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10월29일 한·미 간에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맺어졌다.


동시에 정부는 2001년 7월 체결한 일본과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도 추진했다. 일본은 처음에 30억달러를 제시했다. 우리가 난색을 표하자 일본은 잇달아 50억달러, 70억달러로 늘렸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에는 중국을 움직이는 전술을 썼다. 위안화의 기축통화를 꿈꾸는 중국 측은 우리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존 40억달러의 스와프 규모를 300억달러로 늘리는 합의가 임박했다. 이를 감지한 일본 측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일본은 3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하자는 뜻을 전해왔다. 대신에 발표를 중국보다 앞서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정부는 고심 끝에 12월13일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동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자국과 먼저 합의하고서도 일본과 함께 발표된 것에 서운함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때 700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됐으나 외교 갈등을 거치면서 지난해 2월23일 완전히 종료됐다. 한·일 간 위안부 협상 타결을 계기로 통화스와프 재개설이 나오고 있다. 그제 일본 산케이신문이 ‘한국 요청 시 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 관방장관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은 3680억달러로 여유가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신용평가는 ‘AA-’로 일본보다 2단계나 높다. 일본과 통화스와프의 실질적인 효과가 작더라도 국제 금융시장에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모처럼 이웃나라가 내민 손을 잡는 용기도 필요하다.


박희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