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性 ·夫婦이야기

'성매매 여성은 강간해도 된다'는 그를 신고했다

바람아님 2017. 2. 22. 23:19
[이변의 예민한 상담소] 성매매 종사자의 인권 <上>

프레시안 2017.02.07 08:03:05

어떤 일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발생하고,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선입견은 뜻밖의 사건을 만나 부서진다.

지난 연말, 인권 단체에서 한 여성과 함께 방문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스무 살을 갓 넘겨 보이는 앳된 여성이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 창백했다.

이 여성은 흔히 텐카페, 룸주점이라고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는 이였다. 이런 업소에 나가게 된 지는 두 달 쯤 전의 일이었다. 여성은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을 다니던 중이었는데,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서 휴학을 한 상태였다. 집에 내려가 있기도, 그렇다고 집에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하기도, 여의치가 않았다. 어느 날 인터넷 구직 광고에서 기본 월 300만 원 보장이란 업소 광고를 보았다. 전화를 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가보니 진짜 유흥 업소였다. 광고에는 서빙이라고 써 있었지만, 실제 일은 술시중이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하는 시간 대비 급여가 좋다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소위 '2차'를 나가기도 하는 업체인 줄은 알았지만, 그건 선택하기 나름이니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유흥업소 접대부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날 때까지는 그런대로 일은 할 만 했다. 평소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셔야 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줘야 하고, 몸을 더듬는 것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받는 돈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 때까지 만난 손님들은 많이 거친 이도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 들어간 테이블의 손님이 2차를 요구했다. 여성은 마담에게 2차는 싫다고 했다. 그런데 마담은 2차를 안 나가면 손님이 기분이 상할 것이고 그래서 술값을 안 내겠다고 하면 70만 원에 달하는 술값을 여성이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를 나가면 25만 원을 따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어야 한다는 술값은 막막했고, 2차를 나가면 받을 화대는 아쉬웠다.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판단력도 흐렸다. 눈 딱 감고 한번만 나가자 싶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성매매를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딱 한 번 성매매에 응했을 뿐, 이후로는 보름이 지나도록 접대 일은 해도 2차로 성매매를 나가지 않았다. 성관계가 처음도 아니었고, 첫 성매매의 매수자였던 남성이 여성을 거칠게 다루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난 남자와, 그것도 호감을 갖게 된 것도 아닌 남자와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다는 것이 주는 자괴감이 컸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 무렵, 새벽 2시쯤 30대 초반의 남성 두 명이 손님으로 왔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남성들은 외모도 멀끔했고 제법 위트도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손님들과 앉아 양주를 마시다 보니, 많이 취했다. 그런데 다시 2차 권유가 시작됐다. 룸 안에서 여러 차례 거절을 했는데 마담이 밖으로 불렀다. 그리고 보름 전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술값을 물을 건지, 2차를 따라가서 따로 화대도 챙길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착해 보이고 모텔에 가도 많이 취해서 잠만 잘 것 같으니 같이 나가라고 종용했다. 정말이지 내키지 않았지만 딱 한 번만 나가기로 했다. 월말에 밀린 급여를 받으면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은 그렇게 남성과 업소 인근의 모텔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남성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여성의 따귀를 때렸다. 남성의 따귀 세례는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십여 차례나 이어졌다. 처음엔 외마디 비명이나마 질렀는데 조용히 하라며 소리가 커지면 더 세게 때렸다. 무서워서 소리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강간을 당했다. 여성은 맞으면서, 강간을 당하면서,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돈을 받지도 않았고 돈을 받을 생각도 없으니 때리지 말라고, 강간하지 말라고, 간청했지만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남성은 한 번의 사정이 끝난 후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갔다. 화장실은 출입문 앞에 있었고 남성은 화장실 문을 닫지 않았다. 여성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갑자기 맞고 강간을 당하여 충격이 심한 상태라 도망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테이블 위에 놓아 둔 자신의 휴대폰의 녹음 버튼을 간신히 눌렀다. 소변을 보고 돌아온 남성은 다시 여성을 때리고 강간했다. 여성은 울면서 계속 보내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폭행과 강간의 시간이 끝나고 남성은 여성을 향해 '창녀 주제에'라는 말을 남기고 모텔방을 먼저 나섰다. 여성은 모텔을 나와 바로 신고를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실 관계는 강간이 틀림없고, 녹취도 있고, 남성이 업소에서 술값을 카드로 계산해서 신원도 밝혀진 상황이었다. 사건 직후 피해자가 신고도 했는데 뭐가 문제라서 인권단체에 상담을 하고, 다시 인권단체가 변호사를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정인즉슨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녹취 파일은 있는데 녹취록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몰라 아직 만들지 못해 제출이 안 된 상황이었다. 상대방은 화대를 주고 성매매를 한 것인데 업소 여성이 무고를 한 것이라며 즉시 맞고소로 응했다. 여성은 차라리 신고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후회가 된다며 눈물을 떨궜다.

녹취를 들어보고 사건을 맡기로 했다. 녹취는 1시간에 달했고, 내용은 지난했다. 누군가 처참하게 맞으며 강간당하는 녹취 파일을 라이브로 듣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맞을 때마다 소리죽여 비명을 토해내며 보내달라고, 돈도 받지 않았고 받을 생각도 없으니 멈춰달라고, 애걸하는 소리를 듣는데 어지러웠다. 여성의 애원 사이에 남성의 욕설을 듣는 것이 힘겨웠다. 사건을 맡기로 하고, 1차 대질 조사부터 입회했다.

(위 칼럼은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


▲ 강남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조직 폭력배와 정치권의 추악한 결탁을 다룬 영화 <강남 1970>의 한 장면. ⓒ모베라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