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중국의 對美 불안감 없애기, 우리도 나서야 한다

바람아님 2014. 4. 3. 18:46

(출처-조선일보 2014.03.31 함재봉 | 아산정책연구원장)


中 '옛 영토 회복' 강경 입장엔 '新패권주의'라고 비난하면서 일본 편드는 美 향한 반감 커
중국이 북한 포기하길 바란다면 통일 한국이 그들의 안보·경제에 큰 도움된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우리의 외교 안보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과연 중국과 일본, 미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외교 전략을 추동하는 동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그것을 우리의 전략에 반영하고 있는가? 그저 강대국들은 제국주의적이고 패권주의적이라는 막연한 가설을 전제로 장기적인 전략 없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을 보자. 중국은 지난 100년간 제국주의 열강들에 시베리아와 연해주, 대만, 류큐(센카쿠/댜오위다오, 오키나와 등 포함) 등의 광활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토를 빼앗겼다. 그중 홍콩, 마카오 등 극히 작은 일부는 되찾았지만 연해주, 대만, 류큐 등을 되찾기는 요원해 보인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은 지금도 무려 14개국과 접경을 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의 나라와 최근까지도 국경 분쟁이 있었고 대규모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인도(1962년 국경 분쟁), 구소련(1969년 국경 분쟁), 베트남(1979년 국경 분쟁), 한국(한국전쟁 1950~53년), 일본(청일전쟁 1894~1895년, 중일전쟁 1937~45년) 등이 대표적이다. 등소평이 실용주의에 입각해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국경 분쟁을 해결한 바 있지만 여전히 일본과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로,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문제로 동남아 국가들과의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민족의 문제로 인하여 티베트,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테러와 소요사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빼앗겼던 강토를 되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분쟁 상태로 남아있는 영토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중국이 이러한 의지를 보일 때마다 미국과 주변국들은 이것이 중국의 새로운 패권주의라고 비판하면서 방해한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호주 등 수많은 국가와 맺고 있는 군사동맹은 원래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냉전 전략의 일환이었다. 냉전 기간 내내 소련과 극심한 분쟁을 겪던 중국의 입장에서도 미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소련을 견제하는 것은 고맙고 환영할 일이었다. 1970년대 초 미·중 간의 극적인 관계 정상화도 그래서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소련은 붕괴됐고 냉전은 끝났다. 그러나 미국이 구축해 놓은 군사동맹 체제는 건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의 군사동맹 체제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가? 답은 '중국'이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의 분리 독립주의를 부추기는 것도 미국이다.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이 지역의 인권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것도 미국이다. 대만을 지키는 것도 미국의 7함대다.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에서도 일본 편을 들고 있다. 이쯤 되고 보면 중국이 미국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과민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기를 바란다. 최소한 북한에 압력을 넣어서 핵을 포기하게 하고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게 하기를 바란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 핵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도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을 할 것을 수없이 종용해 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에 흡수되면서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중국의 안보 불안을 어떻게 부분적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느냐다. 최소한 동북아에 있어서는 통일 한국이 중국의 안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설득할 수 있어야만 우리의 통일정책에 대한 중국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은 중국·대만의 통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중국이 대만을 흡수하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솔선해서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에 흡수되는 것에 동의할 리 없다.

현재로서 우리에게는 중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이 없다. 그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으니 압박하고 포기하라는 요구만 반복하고 있다. 이래서 중국이 우리의 얘기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

통일 한국이 중국에도 경제적인 '대박'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의 안보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파악하고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전략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통일의 꿈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