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북한 무인기 파장] 앉아서 당한 군 "방공작전 체계 보완·탐지레이더 도입" 뒷북

바람아님 2014. 4. 4. 19:14
최근 일주일 새 경기 파주시와 백령도 등 최전방 지역에서 잇달아 발견된 무인기 2대가 북한군이 보낸 정찰용 무인기로 사실상 결론이 내려지면서 여태까지 문제를 방치해온 군 당국의 안이한 자세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북한이 이미 1990년대 초반 개발에 착수한 무인기를 이용한 정찰 및 기습공격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함에도 '설마'로 일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무인기 'D-4'(ASN-104)를 개조한 '방현-ⅠㆍⅡ', 1990년대 말 중동 국가로부터 수입된 러시아산 무인기인 'VR-3 레이', 역시 러시아산으로 길이가 2.78m인 단거리 감시용 무인기인 '프라체-1T' 등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세 종류의 무인 정찰기는 현재 우리 레이더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탐지, 포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 8m인 VR-3 레이를 제외하고는 2~3m 길이에 2~3km 고도로 저공 비행해 우리 레이더 시스템에서 걸러내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파주와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레이더반사면적(RCS)이 0.5m×0.5m에 불과해 우리 레이더로 탐지 가능한 기준치(2m×2m)에 한참 못 미쳤다"고 말했다. 방현-ⅠㆍⅡ를 본떠 만든 시험용으로 추정되는 이 무인기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현 단계에서 육안 식별 밖에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휴전선 지역에서 청와대 등 핵심 시설이 있는 서울 중심까지 거리가 불과 60km 반경에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군 당국이 다각적인 방법을 한참 전에 모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단순히 정찰 목적이 아니라 남북관계 상황 악화 시 요인 암살 목적의 자폭 공격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실정에서 군 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 군 당국은 뒤늦게 다각적인 방법을 내놓고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경량 비행체를 포함한 무인기 대비책을 마련 중이고 공군의 방공작전 체계도 보완할 방침"이라며 "비행체를 활용하는 동호인을 대상으로 공역 통제, 경량 비행체 등록 등 각종 제도 보완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낮은 고도로 날아드는 비행체를 포착하기 위한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국외에서 긴급히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무인기가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사전에 입력된 좌표로 자동 비행하는 방식인 만큼 전파를 교란해 강제로 착륙시키거나 요격하는 체계를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군의 대응 자세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 봉일천에 떨어진 무인기에 대해 군 당국은 "대공 용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제로 추정할만한 여러 정황과 청와대 숙소까지 찍힌 사진 등에도 불구하고 구멍 뚫린 방공망에 대한 책임론을 우려해 군 당국이 사실상 은폐 시도를 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성급한 무기 구매가 능사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공포ㆍ불안감이 무분별한 고가의 장비 구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군은 3차원 표적 정보를 획득하는 신형 저고도 레이더 개발에 성공, 2015년부터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와 공군에 전력화할 예정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군사적 용도에 부적합한 시험용 무인기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 중복 내지 과잉 투자도 우려된다"며 "방공망 허점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함께 충분한 기술 검토를 거쳐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