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5-09-14
서양화가 이인성 화백(1912~1950)은 일제 강점기였던 1930~1940년대, 풍요롭고 상징적인 색채와 뛰어난 감각으로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괄목할 만한 예술적 성과를 거뒀다. 그가 작품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향(鄕), 즉 향토였다. ‘향토’는 고향 대구이자 조국 산천을 의미하는 지리적 고향이며, 또한 예술적 고향이다. 민속적 소재를 사용하고 목가적 자연과 삶의 풍경에서 ‘우리 것’을 찾으려고 노력한 그를 ‘한국의 고갱’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의 절정기였던 1930년대에 그린 이 작품은 서울 체류 시절에 자주 찾았던 월미도의 풍경을 무거운 질감으로 세련되게 잡아낸 수작이다. 구름이 낀 하늘을 배경으로 파도가 치는 바다와 해변에서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연약한 소녀의 뒷모습을 대조적으로 묘사했다. 원시적인 자연과 인간의 순수성이 어우러진 섬 풍광이 고갱의 작품 배경이 된 타히티섬의 해변을 연상케 한다.
김경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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