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8.02.11. 19:37
감귤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과일이지만 그 기원과 역사는 불분명하다. 학계는 감귤이 약 2000만~3000만 년 전 지구상에 나타나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맛과 모습을 갖춘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최근 감귤의 유전자 족보를 분석해 그보다 늦게 등장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국 에너지부 합동게놈연구소와 스페인 발렌시아 농업연구소,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 연구진이 현재 인류가 먹는 감귤이 80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지난 8일자에 소개했다.
귤과 오렌지, 레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감귤류는 인도 미얀마 말레이반도 인도차이나 중국 한국 일본 등 넓은 지역에서 재배되지만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삼한시대부터 재배됐다는 기록이 있지만 정확히 언제 들어왔고 재배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연구진은 호주 핑거라임, 클레오파트라 만다린, 스페인 세비야 오렌지까지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감귤류 60종의 게놈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세계로 뻗어나간 감귤이 원래는 800만 년 전 히말라야 남동쪽, 오늘날로 따지면 인도 북동부 아삼주와 미얀마 북부, 중국 남동부 윈난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감귤은 이후 600만~800만 년 전인 후기 마이오세 기간에 달콤한 오렌지부터 시고 쓴 맛을 내는 레몬까지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현재 남아있는 감귤의 뿌리는 모두 10종의 천연 감귤이라는 결과도 확인했다.
감귤은 기후 변화로 여름철 아시아의 몬순이 약화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400만 년 전 히말라야를 넘어 동남아시아를 통해 세계로 빠르게 펴져나갔다. 감귤이 아시아와 호주를 가르는 자연 기준인 ‘월리스선’을 넘은 것도 이때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야생 감귤이 사람의 눈에 띄면서 여러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감귤이 수백만 년간의 자연적인 확산을 거친 뒤 또다시 수천 년에 걸친 육종의 결과라는 것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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