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人文,社會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34] 세대 갈등

바람아님 2014. 1. 29. 10:03

(출처-조선일보 2011.10.3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갈등은 칡(葛)과 등나무(藤)가 서로 뒤엉키듯 일이나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화합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덩굴식물인 칡은 원래 동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최근 미국 남동부를 뒤덮어 심각한 외래종이 되었다. 성장이 워낙 빨라 미국에서는 "1분에 1마일씩 자라는 덩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등나무 역시 위로는 물론 옆으로도 잘 퍼져 나가는 덩굴식물로서 캘리포니아 시에라 마드레에 있는 등나무는 상암축구장의 절반 정도나 퍼지며 무게가 자그마치 250톤에 이르렀다.

갈등은 정신분석의 근본 개념 중의 하나로서 한 개인의 마음 속에서도 벌어지지만 때론 사회구성원들을 극명하게 둘로 갈라놓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 갈등은 남녀 갈등, 종교 갈등, 이념 갈등, 빈부 갈등, 세대 갈등 등 참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뿌리가 깊었던 남녀 갈등은 호주제 폐지를 분기점으로 하여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불교와 기독교의 신도 수가 엇비슷한 나라이면서 종교 갈등이 유혈분쟁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가슴을 쓸어내릴 따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모든 갈등 중에서 세대 갈등이 가장 풀기 어려운 덩굴 타래라고 생각한다. 이념 갈등과 빈부 갈등이야 이 땅에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조율해야 할 문제이지만, 세대 갈등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정면충돌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녀 갈등은 번식을 위해 언젠가는 한 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해소될 수 있지만 세대 갈등은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수도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난 세대 차이는 앞으로 벌어질 '세대 전쟁'의 전초전이 아닐까.

사회고령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 우리나라는 조만간 은퇴하고 노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보다 많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서울시민의 삶에 웰빙(well-being)과 웰리빙(well-living) 못지않게 웰다잉(well-dying)이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들의 무상급식만 시급한 게 아니다, 어르신들의 복지도 결코 눈감을 수 없는 문제이다. 박원순 시장이 이끌었던 희망제작소가 일찍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20~40대가 뽑았지만 60대 이후를 챙기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