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1. 08. 30. 03:05(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자)
고향에 있는 엄마는 서울 사는 내게 자주 전화를 한다. 엄마는 내가 주로 내 안녕을 걱정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묻지 않는 편인데 하루는 그런 질문을 했다. 왜 슬픈 글만 쓰느냐고. 딸이 행복했으면 싶은데 슬픈 일들을 많이 다루니까 내심 속상했나 보다. 나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워서 “세상에 슬픔이 널렸으니까 그렇지 뭐”라고 답했다. “쓰는 네가 슬플까 봐 그런다. 행복한 글을 쓰면 안 돼?” 엄마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글쎄, 천 개의 슬픔을 기록하고 나면 하나 정도는 행복에 대해서 쓸 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내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는 채로 아리송한 말을 했다. 엄마는 단번에 알아듣고는 “혼자만 행복할 수는 없다는 말이구나”라고 따뜻하게 이해해주었다. 그리고는 나지막하게 “잘 자랐네”라고 속삭였다.
https://news.v.daum.net/v/20210830030511662
[일사일언] 천 개의 슬픔과 하나의 행복
[일사일언] 천 개의 슬픔과 하나의 행복
고향에 있는 엄마는 서울 사는 내게 자주 전화를 한다. 엄마는 내가 주로 내 안녕을 걱정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묻지 않는 편인데 하루는 그런 질문을 했다. 왜 슬픈 글만 쓰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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