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3. 6. 00:10
각인효과 너무 큰 탓에 수컷 두루미와의 합사 번번이 실패
신뢰하던 사육사가 수컷 흉내 내내 홀딱 반해
사육사를 짝짓기 파트너로 착각해 8차례 부화 성공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멸종위기종 재두루미 암컷이 얼마전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동물원에서 마흔 두 살을 일기로 생을 마감했어요. 생로병사가 매일처럼 벌어지고 있는 동물원이지만, 운영진은 제법 긴 부고로 그녀의 특별한 삶을 뜻깊게 추억했어요. 이 재두루미의 이름은 ‘호두’라는 뜻의 월넛입니다. 동물원 측이 만든 추모 영상을 한 번 보실까요?
월넛이 세상을 뜬 건 지난 1월 초였습니다. 도통 식사를 거부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자 항생제를 투여하고, 냉동쥐와 밀웜 등 영양분이 높은 음식도 줘봤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달라붙어 정성껏 돌봤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세계에 5300여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은 재두루미의 주 서식지는 한국·일본·중국·몽골 등 동북아시아와 시베리아 일대입니다. 1981년 불법으로 포획돼 미국으로 끌려가 밀거래되려던 기구한 한쌍의 재두루미 커플이 구조돼 위스콘신주에 있는 국제두루미재단의 보호 시설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 두루미 커플이 낳은 알에서 태어난 새끼가 ‘월넛’입니다.
어느덧 스물 세살의 중년 아줌마가 된 월넛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국립동물원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습니다. 강렬한 각인효과로 인해서 정상적인 번식이 어렵게 된 이 새를 어떻게 번식시킬 수 있을지 동물원 연구진은 고민을 했습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8차례 새끼를 부화해 건강하게 성장시켰다고 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들이 성장해서 다시 번식에 성공하는 등 벌써 일가를 이루고 있죠. 이 두루미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사육사 로를 평생의 낭군으로 알았을 겁니다.
https://v.daum.net/v/20240306001016311
[수요동물원] 사육사를 평생 수컷으로 사랑했던 두루미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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