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04 이준관 아동문학가 )
기찻길 옆 코스모스
기차 떠나가고
기적 소리에
바람 부는 언덕
꽃술은
가을 햇살에 영글어간다전학 가던 날
석이 서 있던 그 자리에
하얀 코스모스
까치발 딛고 서서
흰 구름 걷어 낸
파란 하늘 받쳐 들고기다리다
기다리다
목이 길었다―임원재(1933~ )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은 파란 하늘을 향해 발돋움하며
피어 있는 코스모스일 것이다.
그 코스모스와 잘 어울리는 곳은 시골 기차 정거장.
기차 정거장에는 으레 기찻길을 따라 코스모스가 피어 있어서
기차가 지날 때면 아이들처럼 손을 흔들곤 한다.
기적 소리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이 동시를 읽으면 '전학 가던 날 석이 서 있던 그 자리'에 피어한들거리는 기차 정거장의 하얀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까치발 딛고 서서 기다리다 목이 길어진 코스모스'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을엔 모두 목이 길어지는 것 같다.코스모스가 그렇고, 들녘의 수수도 그렇다.
아련한 그리움으로 까치발 딛고 서서 파란 하늘 받쳐 들고
목이 길어지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 아닐까.
내 사진 : 2013/06/14 17:47, 서울푸른수목원 옆 기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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