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06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한강가에 세 들어 살다 십년 만에 이제 겨우 작은 집을 얻고 보니 南湖寓園雜詠 十年纔得一枝安 (십년재득일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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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시인 이건창(李建昌·1852~1898)이 스무 살 때 지었다.
고향 강화도를 떠나 서울에 와서 공부도 하고 과거도 보고 벼슬도 시작했다.
수재로 소문났으나 십년째 더부살이 생활을 면치 못했다.
용산 강가에 별장을 빌려 살기로 하고 늦가을 이사를 했다.
주인집 눈치를 보지 않고 살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한강의 풍광은 정말 마음에 든다.
강을 바라보면 공부해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중압감도 가벼워진다.
집 주변과 강으로 난 길을 손보았다.
앞으로 멋진 생활이 펼쳐질 것 같아 기대에 부푼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고향집만은 못하겠지만 말이다.
백 년 전 스무 살 젊은이가 서울 셋집 사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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