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01.05 서울대교수·서양미술사)
모네(1840~1926)는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다.
처음에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파리의 대로(大路)나
기차역 등 근대적 도시의 삶을 그리던 모네는
1883년 즈음 이들과 멀어지면서 자연으로 돌아갔다.
파리에서 80km 떨어진 지베르니에 이사한 지 몇 년 만에
연못과 정원이 딸린 집을 사고 정착한 모네는 정원에 수련,
아이리스, 살구나무 등을 심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조경에 투자했다.
86세에 죽을 때까지 43년을 지베르니에서 보내면서
그는 약 250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그중 가장 많은 작품이 수련 그림이었다.
원래 광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물의 풍경을 그리기를
좋아하던 모네는 연못 주변에 이젤을 여러 개 세워놓고
하루에도 여러 번 순간마다 변화하는 색채를 관찰하여
화폭에 옮겼다.
그의 수련 작품은 지상의 풍경, 물에 반영된 바깥세상,
그리고 수면 위에 핀 수련이 한 화면에 나타나는 무한한 공간이 되었고 마치 소우주(小宇宙)를 연상하게 한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시력이 나빠지자 연못에 점점 더 가까이 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렸고, 그 결과 수면 자체가 화면이 되었다.
미세하고 섬세한 색채조화와 광선에 녹아드는 형태 등이 보이는 화면은 마치 색채의 교향악과 같은 조화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점점 더 대작으로 발전하면서 그의 그림은 이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거의 색채 추상이 되었다.
모네의 수련은 그림이 어떤 사상이나 주제를 표현하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센세이션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충분히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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