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김형석 칼럼 74

[김형석의 100년 산책] 인생은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2023. 11. 24. 00:29 6·25로 중단된 ‘정신지도자’ 꿈 철학과 현실 사이 간극에 고민 일반인 위한 수필 작가로 활동 되돌아가면 철학에 전념할 것 중학교 4학년 때, 철학을 공부해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굳혔다. 대학에서 철학과를 선택했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이 허락지 않았다. 대학 후기에 학도병 문제로 대학을 떠났다. 해방과 더불어 다시 태어나는 희망은 얻었으나 학문을 계속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북한 공산 치하는 모든 희망을 빼앗았다. 탈북해서 7년 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도 철학 공부는 놓지 않았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내 인생의 계획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철학과 현실 사이의 간격은 너무 심각했다. 마치 대학 철학이..

[김형석 칼럼]나라 병들어도 ‘나’와 ‘우리’ 이기면 된다는 사람들

동아일보 2023. 11. 16. 23:48 본인 명예 회복에 정치력 발휘하려는 지도자들 公을 위해 私를 희생하는 애국심 필요한 때다 나는 비교적 여러 사람의 말을 듣는 편이다. 책과 글의 독자들이 있고 방송과 강연회를 갖기 때문이다. 대학을 떠난 후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더 많이 듣고 깨닫게 된다. 군사정권 때였다. 초등학교 선생들의 편지를 받았다. ‘교육하면서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어도 교육계통의 상위기관과 교육청이 과도한 지시와 공문 처리까지 요청하기 때문에, 제자들을 지도할 시간이 부족해서 고민이다’라는 호소였다. 나는 그 뜻을 당시 일간지에 전달 홍보해 준 적이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재인 정부 때에는 어린 학생들의 인권은 앞세우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배제해 왔다. 정부는..

[김형석의 100년 산책] 내가 탈북한 이유 “인간다운 교육을 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2023. 11. 10. 00:43 수정 2023. 11. 10. 00:43 평양의 ‘민족학교' 폐교한 일제 기독교 믿는다고 학생들 때려 일제보다 혹독한 북한식 교육 공산주의 안 따르면 반동 취급 교육의 지향점은 인간성 회복 우리는 지금 잘 가르치고 있나 1940년 무렵이었다. 내가 숭실중학 4학년을 끝내면서 평양 교육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일본의 조선총독부는 평양에 하나뿐인 숭실전문학교와 숭실중학교, 숭의여자중학교를 폐교했다. 민족주의 기독교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평양의 3숭(3崇) 폐교 사건으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그 대안으로 일본인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제1 공립중학교, 한국 학생을 위한 평양고보를 제2 공립중학교, 숭실학교를 폐교한 대신 제3 공립중학교로 개편하면서 한..

키 작아 걱정하던 외손주, 미국 학교서 ‘달리기 상장’ 받은 사연 [김형석의 100년 산책]

중앙일보 2023. 10. 13. 00:59 수정 2023. 10. 13. 05:40 꼴찌 했지만 “가장 열심히 달려” 어릴 때는 ‘사랑의 교육’이 최고 중·고교 성적은 큰 문제 아니야 사제·친구간 공동체정신 익혀야 대학은 문제의식 키워가는 곳 교실이 바뀌어야 새 교육 가능 40여 년 전, 미국에 사는 큰딸 집에 갔을 때였다. 외손주가 초등 4학년인데 키도 작고 볼품도 없는 편이었다. 며칠 전 학교에서 운동회가 있었다. 우리 애는 열심히 뛰었지만 언제나 꼴찌였다. 내 딸은 그러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담임선생과 상의하곤 했다. 운동회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애가 운동회에서 상장을 받아왔다. ‘누구보다도 제일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준 상’이었다. 꼴찌는 했지만, ..

[김형석의 100년 산책] 연세대의 전설, 세 석두 교수 이야기

중앙일보 2023. 9. 15. 00:25 ‘도사’ 못지않은 영어과 심인곤 돌비석처럼 빈틈없는 AI 설교 아호 ‘한결’의 국어학자 김윤경 화를 내거나 거짓말한 적 없어 모두 무서워한 철학과 정석해 제자 위해 4·19 교수 데모 앞장 내가 70년 전에 연세대에 부임했을 때, 옛날 스승을 연상케 하는 세 석두(石頭) 교수 얘기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자타가 인정하는 철학과 정석해 교수였다. 다음 타자인 국어학자 김윤경 교수까지는 변함이 없었는데 세 번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공대학장이었던 수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에서 영어학을 가르친 심인곤 교수였다. 나는 심 교수가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는 편이다. 심 교수는 나와 가까이 살았고 같은 교회에서 봉사했기 때문에 유자격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걸음을 걸어도..

[김형석의 100년 산책] 120세도 바라보는 시대,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중앙일보 2023. 9. 1. 00:37 100세 넘으면 신체적 부담 커져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천만근 95세부턴 정신이 몸을 이끌어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이 중요 100세는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공동체에 대한 책임 완수해야 한국과 일본, 100세를 보는 다른 눈 여론조사 통계를 본 적이 있다. ‘100세까지 살고 싶으냐’는 물음에 한국 사람은 51%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일본인은 22%만이 그때까지 살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장수인구가 많은 나라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9만 명이다. 우리보다 10배가 높은 셈이다. 그런데 왜 일본인들은 78%가 100세 이상 살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100세 이상의 장수를 행복한 삶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

[김형석의 100년 산책] 정전 70년의 아픔…잊을 수 없는 6·25 때 평양 이야기

중앙일보 2023. 8. 4. 00:57 수정 2023. 8. 4. 01:23 제자 도움으로 전쟁 중 평양 방문 공산 정권에 처형된 친척들 많아 중공 개입하며 동생들과 남으로 평양에 남은 어머니 부산서 재회 6·25 3년 전 세 살짜리 딸 두고 탈북 기차로 떠난 다음 날 늦은 아침에 나는 대동강 동쪽에서 나룻배로 대동문 앞에 도착했다. 약간 늦은 오전 고향 집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나타나리라고 생각도 못 했던 큰딸 성혜가 머뭇거리다가 품 안에 안기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3년 전 세 살짜리를 두고 탈북했던 나였다. 외할아버지가 동네 유지 중 한 분이었다. 할머니가 칠골 강씨 집안이었다. 큰아들을 임신하고 친정에 가 있을 때 김일성의 모친 강반석도 김일성을 임신해 고향에 와서 같은 때에 해산했다. 그때 김일..

[김형석 칼럼]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

동아일보 2023. 7. 28. 00:00 수정 2023. 7. 28. 03:41 잘못을 알면서도 거짓을 조작하는 정치인들 공동체 의식 없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어 삶의 공동체인 대한민국과 국민의 불행 진실에 입각한 정직한 정치를 되찾아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은 잘못을 알면서도 거짓을 조작,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사회 여러 분야의 지도자들, 정치계 지도자 대부분이 그렇다면 사회와 국민은 어떻게 되는가. 70여 년 동안이나 지도자들의 폐습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논의와 분규를 계속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도 그렇다. 과학적 판단을 믿고 따르는 세계 속에서 더불어민주당만이 부정하고 거부할 뿐만 아니라, 지도층 인사들의 발언과 그 뒤를 따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