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격랑의 동북아, 유연한 안보전략이 관건이다

바람아님 2014. 6. 8. 10:08
미국이 적 미사일을 지상 40㎞ 이상의 상층 고도에서 요격하는 고(高)고도 지역방어 체계, 이른바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군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어제 조찬 강연에서 “미 측에서 (한국 배치를) 추진하는 부분이고, 제가 또 개인적으로 (미국 군 당국에) 사드의 전개에 대한 요청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사드가 무엇인가.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이다. 요격 고도가 40~150㎞인 사드는 상승-중간(비행)-하강의 단계를 거치는 탄도미사일을 하강 단계, 즉 최종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요격 무기체계다. 우리 군은 그동안 미국 MD 체계에 편입되지 않고, 지상 40㎞ 미만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면서도 요격 수단의 다양화, 요격 고도의 중층화 필요성 등을 고민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의 MD 확대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MD가 미사일방어 수단이긴 하지만 언제든 공격형 무기체계로 바꿔 중국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우리의 MD 체계 편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어떤 상황인가. 엊그제 싱가포르에서 막을 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일본과 중국은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치열하게 ‘말폭탄’을 서로에 쏘아댔다. 일본과 중국은 센카쿠 열도에서 일촉즉발의 ‘전투비행’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공언하고 있는데다 일본과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밀착하면서 북핵 억지를 위한 한·미·일 공조체제의 균열이 우려되고 있다. 한마디로 동북아 전체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복잡하고도 긴박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미국이 당장 시급하지도 않은 사드 문제로 혼란을 야기한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혹여 한국이 요구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의 대가로 사드 구매를 압박하는 것이라면 한·미 동맹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감마저 들게 만드는 악수라는 사실을 미국은 분명하게 알아야만 할 것이다. 북핵 위기 등에 직면한 우리는 한·미 동맹도 굳건히 유지해야 하고, 한·중 협력도 포기할 수 없다. 유연한 안보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한·미·일 공조체제가 재정비돼 북핵 문제 해결을 동북아 정세 안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 있도록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치밀한 전략을 가다듬길 바란다.

美 고고도 미사일 '사드' 논란, 배경은...

[the300]사드 한국 구매' 놓고 한미 당국 입장차, 美 사드 구매 요구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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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발사장면.(록히드마틴 제공) © News1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DD)의 한국 도입 문제를 놓고 한·미 당국이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사드의 성능과 가격 정보를 요청했다'는 미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이 지난 4일 외신을 통해 보도되자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이에 앞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 측과 공식 토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양국 간 (사드 도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지난 3일 한국 국방연구원 조찬강연에서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국 국방부는 입장 자료를 통해 '사드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드는 40~150㎞ 상공에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으로 미·일 미사 일 방어체계(MD)의 핵심 무기다.

한국은 MD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 미사일 방어체계(KAMD)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사드 구매는 미·일 주도의 MD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한국을 MD 체계에 포함시키려 꾸준히 작업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한반도 지형 특성상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형식적으로는 한반도 지형의 특성을 들고 있지만 MD 참여에 따른 중국의 반발을 의식,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MD 참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한국의 입장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한국에 '사드 구매'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한 군사 전문가는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 주도의 동맹안보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목표에 따라 추진되고 있지만, 일본에 위치한 미사일 탐지체계를 한국으로 이동 배치해 중국의 미사일 전력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사드가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탐지체계를 한국 평택기지에 옮겨놓을 경우 중국 해안지역 뿐 아니라 내륙지역에서 발사된 '가속 단계'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언론은 최근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베 일본 총리에게 한국의 레이더로 탐지한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의 정보를 3국이 즉시 공유하는 체제를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탐지범위가 사드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면, 미국 본토방어와 해외주둔 미군 및 동맹국 방어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구상이 점차 현실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군사 전문가는 "'사드 구매'를 통해 사실상의 MD 편입을 요구하는 미국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새로 구성될 박근혜 정부 2기 외교안보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