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만 골칫거리였을까. ‘성호사설’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근래 배들이 평안도·황해도 지방으로 몰려드는데, 이는 중국에서 산동지방의 해금(海禁)을 풀어놓은 뒤 요좌(遼左) 지방을 오가는 어선이 침범해 넘어오기 때문이다.” 요좌는 요동반도다. 중국 어선은 왜 평안도와 황해도에 나타난 걸까. 꽃게 때문일까. 물고기만 잡아간 걸까.
해랑도(海浪島). 평안도 선천에서 서쪽으로 장록도를 지나 3∼4일 가는 곳에 있는 섬이라고 한다. 요동반도에 가깝다. 연산군 6년, 군사를 보내 해랑도를 토벌했다. 그곳에서 요동 사람 64명, 조선인 48명을 잡았다. 그들은 모두 본국에서 도망한 사람들로 해적 노릇을 했다고 한다. ‘연려실기술’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요즘 해적이 출몰해 양서에서 호남에 이르기까지 노략질을 하니, 해를 입지 않는 달이 없다.” 양서는 평안도와 황해도다.
바다는 늘 어지러웠다. 왜 그랬을까. 단단히 지키지 못한 탓이다. 세종은 평안도 도절제사에게 내린 전지(傳旨)에서 이런 말을 했다. “처음에는 근면하다가도 종국에는 태만해지는 것이 상정이지만 그것은 우리 동인(東人)의 고질이기도 하다.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고 하는데 정녕 헛된 말이 아니다. … 연대(烟臺)를 축조한다 해도 태만하면 불측의 우환을 막기 어려울 것이니라.” 동인은 곧 조선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똑바로 지키라’는 어명이다.
중국 어선은 지금도 서해를 어지럽힌다. 한강 하구까지 몰려와 불법 조업을 한 것이 5월에만 520여회. 한 회마다 30여척이 떼를 이루니 한강 하구는 불법의 판으로 변했다. 급기야 우리 해군·해병대·해경, 유엔사가 중국 어선을 쫓아냈다.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까. 연평도 코앞에 나타난 중국 어선. 우리 군은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이곳은 대한민국 영해다. 영해를 떠나라.” 콧방귀나 뀌던가.
바다의 도적, 곧 해적이다. 대한민국의 법을 조롱하는 중국 어선들. 입 아프게 경고방송만 계속 해야 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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