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하는 국제사회의 시각이 너무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한 롯데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30분 대화를 나누었는데 백악관을 찾아간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단독 대화는 단 2분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미국 경제 키우는 일이라 북한 챙기는 문 대통령에게 짜증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과 유럽 등 문 대통령이 공들여 방문한 나라마다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한국을 위협하는데도 도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드는 트럼프 정부의 공세적 대외경제 정책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은 문 정부가 북한 환상에 빠지는 통에 이러한 변화에 담쌓고 있다. 미국은 한국부터 겨냥해 한미FTA 개정을 요구했다. 문 정부는 저항도 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협정에 슬그머니 서명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전략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중국은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에 전전긍긍하면서도 맞대응하고 중국판 세계화인 '일대일로'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도 미국의 칼날을 누그러뜨리려고 한국 보기에 굴욕적일 정도로 저자세이지만 독자적인 세계화 전략에 성공하고 있다. 베트남을 포함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주도하고 EU와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일본의 구상대로 되면 동남아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문 정부의 신 남방정책도 힘을 잃기 십상이다. EU시장을 놓고 한국과 벌이는 경쟁에서도 일본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문 정부의 일본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정책은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요원하게 만들고 한국 고립화를 자초한다.
무역전쟁은 시작일 뿐이다. 환율과 자본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기술과 인재 갈등으로 판이 커지고 있다. 경제를 안보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정보통신 대기업인 화웨이를 겨냥해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미국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지만 기술 탈취에 단호하게 대처하자는데 일반 사람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 안보 시대를 외면했다. 중국으로의 기술과 인재 유출을 방치하다가 부메랑을 맞아 거의 모든 산업이 중국 위협에 시달리고 일부는 경쟁력이 역전되었다.
기술 유출 갈등의 이면에 두뇌 확보 문제가 있다. 미국은 자유의 땅, 이민국가의 전통 덕분에 실리콘밸리 기업의 1/2이상을 이민 온 외국 두뇌가 창업했다. 외국 두뇌 획득은 미국서 태어난 고졸 이상 시민의 90% 이상에게 임금 인상의 혜택을 주었다. 이런 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는 가족 이민은 줄이고 학력과 능력 기준으로 선별적 이민을 강화하려 한다. 중국은 더 도발적이다. 두뇌 확보를 위해 영주권은 물론 돈도 파격적으로 준다. 그러나 한국은 아예 무관심해 두뇌유출지수가 2017년 63개국 중 54위로 떨어질 정도로 최악이 되었다.
국제사회는 문 정부를 무시하지만 한국 전체가 무시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아직 도움이 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면서 첫 일정으로 삼성 부회장을 만났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의 정상은 빠짐없이 삼성을 찾는다. 중국은 문 대통령과 대통령 특사를 홀대했지만 한국의 기술인재를 조용히 빼내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도 정보통신 등 신기술 분야의 한국 젊은이를 찾고 있다. 반면, 한국의 집권 세력은 경쟁력 있는 기업과 우수한 인재를 홀대한다.
문 정부는 한국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좌파 민족주의를 벗어던져야 한다. 문 정부 이전에 한국은 한강의 기적 등으로 국제사회의 선망을 받았다. 좌파 민족주의가 적폐청산 타령하는 사이 한국은 급변하는 국제사회와 동떨어졌다. 그 대가는 만회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데다 젊은 세대에게 부담만 넘긴다. 지금이라도 애국심을 발휘해 세계 경제 질서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민관이 협력하고 기업들이 협력하고 노사가 협력함으로써 위대한 대한민국을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금융위기 때로 돌아간 '역성장', 소주성의 참담한 실상 (0) | 2019.06.06 |
---|---|
[김대중 칼럼] "집권 4년 차 된 것 같다" (0) | 2019.06.05 |
[김동호의 시시각각]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 (0) | 2019.06.03 |
[중앙시평] '친일파 트럼프'를 만든 아베의 반격 (0) | 2019.06.01 |
[양상훈 칼럼] 족구 선수가 축구 하는 것 같다 (0) | 2019.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