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왜 名畵인가] 이토록 완벽한 평화… 그래서 아프고 또 아픈

바람아님 2013. 12. 29. 11:45

(출처-조선일보 2013.12.26. 이병률 시인)

이토록 완벽한 평화… 그래서 아프고 또 아픈

[9] 김인승의 '화실'

이 절대적인 안정감은 누구의 것인가. 아마 모르긴 해도 작가 자신의 내부에서 뿜어내는 고요 혹은 균형일 것이다. 1937년 작품임에도 지극히 서구적인 경향을 띤 이 그림은 충격적일 정도로 깊다. 색채 때문만은 아니다. 삶이 익어가는 순간을 그리고 있는 남자가 흰 도화지에 몰두를 하고 있어서다. 부부의 시선은 화면의 정중앙으로 향하고 있다. 남편이 스케치북을 세워 그림을 그리고 있어 다행히 그들 얼굴 윤곽도 훤히 볼 수 있다. 어느 오후의 한때이거나 저녁상을 물리고 난 무렵일 시간대에 부부는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 적어도 아내의 눈빛은 사랑이 넘쳐난다.


	김인승의 1937년작‘화실’, 가로 194㎝, 세로 163㎝.
김인승의 1937년작‘화실’, 가로 194㎝, 세로 163㎝. /국회도서관 소장
이상(理想)을 그리려 했던 것일까. 이 정도의 온기가 간절했던 시대를 살았던 것일까. 하나 그 모든 희구하는 것들은 화면 중앙의 스케치북을 표현하는 거침없는 흰 선에 모여 있다. 단 한 번이 아니면 도무지 가능할 수 없는 선, 아마도 맨 마지막 붓질이었으리라. 이 지극히 안정적인 분위기도 문제란 말인가. 나처럼 부박한 사람은 배후에 정적을 깰 뭔가의 일이 기다리고 있는 듯도 하여서 슬쩍 긴장감도 읽는다. 그만큼 평화가 팽창하는 그림이다.

예술가에게 현실은 발을 붙일 수도, 그렇다고 발을 뗄 수도 없는 땅바닥이다. 예술가에게 땅바닥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이 그림 '화실'을 보면 볼수록 마음이 더 깊어 보이고 그윽해지는 것은 작가가 어느 한 시절의 고통을 스친 뒤에 붓을 들었을 거라는 무작정의 예측을 해서 그러할 것이다. 단아한 기품과 상아(詳雅)한 구도, 나는 그 완벽함 속에서 질금 아픔을 읽고 만다. 고혹적인 아름다움은 아프고 또 아프다.


작품 보려면… ▲내년 3월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



(큰이미지 보기)


<각주 :  김인승(金仁承) - 한국의 서양화가. 초기에는 인물화를 많이 그렸으나 1974년 미국 이주 후 장미와 모란을 집중적으로 그려 

           '장미화가', '모란화가'로 더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에 친일 미술활동을 하였다.>



<< "김인승"의 그리 더 감상하기 >>

한국 근현대 아카데미즘 미술의 거두 김인승(1910 ~ 2001)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