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다산칼럼] 오펜하이머의 행적

바람아님 2023. 9. 18. 01:16

한국경제 2023. 9. 18. 00:16(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미국 우익의 박해 받았다지만 공산당원 넘어 러 첩자로 활동
'핵폭탄의 아버지'도 아니었다 확실한 증거에도 역사 비틀기
당시 암약했던 첩자들 349명 그 후예들은 지금도 美 요직에

요즈음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그의 삶에 관한 글이 많이 나온다. 그런 글들은 거의 다 그가 완고한 미국 우익의 박해를 받았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암시한다. 오펜하이머에 관한 이런 주장들은 근거가 없고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와 글들은 먼저 그가 아주 뛰어난 과학자였음을 강조한다. ‘핵폭탄의 아버지’라는 호칭이 으레 따른다. 그의 몰락을 더욱 비극적으로 꾸미기 위한 수순이다. 그러나 핵폭탄의 출현은 많은 과학자의 기여에 힘입었다. 특히 중요한 이정표들은 핵분열과 핵연쇄반응의 설명이었다.

그런 과학자들의 명단에 오펜하이머의 이름은 없었다. 핵폭탄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폭탄의 설계였다....... 그 복잡한 폭발 과정의 모의실험(simulation)은 위대한 수학자 존 폰 노이먼이 수행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핵폭탄의 아버지’라는 호칭 자체가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없다.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를 한데 모아 이미 원리가 알려진 핵폭탄 개발을 실제로 수행하는 ‘맨해튼 사업’에서 오펜하이머는 핵심 부서인 ‘Y 사업부’의 책임자였다. 

여기서 물음 하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왜 이처럼 확립된 사실들을 비틀어서 역사적 상황을 바꾸려는 시도가 나오는가? 베노나 문서와 같은 확실한 증거들이 있는데, 왜 억지를 쓰는 자가 그리 많은가?” 이런 현상은 워낙 거대해서 하나의 요인만으로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요인은 베노나 문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만 해독됐지만, 그 문서는 349명의 첩자가 미국에서 암약했음을 보여줬다. 그 가운데 171명만이 실명이 확인됐다. 나머지는 여전히 요직들에서 암약했고, 그들의 후예가 지금도 미국의 요직들에 있다는 얘기다.


https://v.daum.net/v/20230918001601354
[다산칼럼] 오펜하이머의 행적

 

[다산칼럼] 오펜하이머의 행적

요즈음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그의 삶에 관한 글이 많이 나온다. 그런 글들은 거의 다 그가 완고한 미국 우익의 박해를 받았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

v.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