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5. 2. 26. 00:17
단순한 선악 판단·시비 분별이 헌법재판의 결과일 수 없어
재판관 개개인이 양심에 따라 최고 이성 발휘해 모범 답안을
사전 담합 만장일치 옳지 않아 8인이 지혜와 경험 녹여서
독자적 고민으로 판결문 작성 그래야 국민 통합할 수 있을 것
대통령의 최후 진술이 끝나고 헌법재판소 변론은 막을 내렸다. 헌재가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려도 절반의 국민이 격노할 살벌한 상황이다. 단련된 법관이라 해도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민주사회 시민들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헌법재판관이라면 과연 어떤 원칙 위에서 어떤 법리를 발휘하여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므로 무조건 여론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다수 여론이 헌법 정신에 위반되지 않고, 국민 여론이 한쪽으로 쏠려 있을 때만 유효할 수 있다. 지금은 국민이 양분된 상황이다. 2월 24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의견은 인용 52%, 기각 45.1%로 갈려 있다. 여론에 복종하는 순수 민주정(pure democracy)의 원칙대로 간다면 8명의 의견은 4대4 혹은 5대3으로 나뉘어야 정상이다.
헌법재판은 단순한 선악 판단이나 시비 분별의 문제일 수 없다. 쌍방이 부르짖는 선의(善意)의 충돌을 절묘하게 중재하고 지혜롭게 타개하는 고차원 방정식이다. 잘못된 헌법재판은 민의를 좇는 순수 민주정의 함정에 빠지거나 여론을 도외시한 사법 적극주의(judicial activism)의 극단으로 간다. 결국 순수 민주정과 사법 적극주의 사이에서 대립하는 이 두 원리를 조화롭게 절충하는 길밖엔 없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헌재가 당면한 헌정사적 난제를 푸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가?
헌법재판관 개개인이 각자 법관의 양심에 따라 냉철한 이성을 발휘해 최고의 모범 답안을 작성하는 수밖에 없다. 8년 전처럼 사전 담합으로 만장일치 결정을 낸다면 국민 절반은 그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여덟 명의 재판관이 헌법을 들고 고뇌하는 독립적 사유 주체임이 확연히 드러날 때, 오직 그때에만 국민은 논리적으로 설득될 수 있다. 헌법 정신에 입각한 치밀한 논리만이 좌우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https://v.daum.net/v/20250226001728942
[朝鮮칼럼] 헌법재판소가 양분된 국민을 통합하는 비결
[朝鮮칼럼] 헌법재판소가 양분된 국민을 통합하는 비결
대통령의 최후 진술이 끝나고 헌법재판소 변론은 막을 내렸다. 헌재가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려도 절반의 국민이 격노할 살벌한 상황이다. 단련된 법관이라 해도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민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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