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3

신념과 믿음[이은화의 미술시간]〈290〉

동아일보 2023. 10. 25. 23:36 소크라테스 하면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년·사진)은 그 이미지를 후대에 영원히 각인시켰다. 궁금해진다. 19세기 화가는 어떻게 고대 철학자가 죽는 모습을 이리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을까? 소크라테스는 신성 모독과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로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탈옥할 수도 있었지만 기꺼이 죽음을 택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영혼의 불멸을 믿었기 때문이다. 신념과 믿음.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흔들리지 않은 이유다. https://v.daum.net/v/20231025233606095 신념과 믿음[이은화의 미술시간]〈290〉 신념과 믿음[이은화..

키 152cm 금수저, '클럽 죽돌이'로 살았던 이유가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한국경제 2023. 10. 21. 09:40수정 2023. 10. 21. 11:26 몽마르뜨의 '작은 거장'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인간은 추하다 그 추함 속에 매혹이 있다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 “실례합니다. 당신 뒷자리에 잠깐만 앉게 해 주세요.” 1894년 프랑스 파리 최고의 ‘핫플’(핫 플레이스)이었던 클럽 물랭루주.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귓가에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금 쉰 듯했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독특한 음성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부탁이니 잠깐만 고개를 돌리지 말고, 내가 하는 이야기만 들어봐 주세요.” 그렇게 시작된 남자의 말에는 유머와 위트가 있었고, 말투는 다정하면서도 사려 깊었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싶어진 여성은..

전쟁의 비극[이은화의 미술시간]〈289〉

동아일보 2023. 10. 18. 23:39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는 뛰어난 화가이자 수완 좋은 외교관이었다. 유럽 여러 왕족에게 그림을 주문받으며 이른 나이에 부와 명성을 누렸다. ‘전쟁의 결과(1637∼1638년·사진)’는 그가 60세에 그린 말년 대표작이다. 신화나 성경 주제의 그림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왜 말년에 전쟁화를 그린 걸까? 당시 유럽은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벌어진 30년 전쟁 중이었다. 종교 갈등에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뒤섞이며 복잡한 양상으로 치달았던 전쟁은 약 800만 명이 희생된 유럽 역사에서 가장 잔혹하고 파괴적인 전쟁 중 하나였다. 어쩌면 이 지구본은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화가의 염원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https://v..

“그남자 목을 주세요” 춤추는 요부의 섬뜩한 유혹…왕은 공포에 떨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귀스타브 모로 편]

헤럴드경제 2023. 10. 14. 00:21 유령(환영) 등 ‘살로메’ 연작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살로메에게 빠진 예술가는 과거에도 많았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베노조 고졸리(Benozzo Gozzoli·1421~1497)도..

18세기 소녀의 책 읽는 올바른 자세 [으른들의 미술사]

서울신문 2023. 10. 12. 08:01 흰색 러프 칼라가 달린 노란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책을 읽고 있다. 장-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e Fragonard, 1732~1806)는 대표적인 프랑스 로코코 화가다. 로코코 양식이란 장중하고 역동적인 바로크 양식과 대비되는 섬세한 미술사조를 말한다. 노란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이마 솜털이 뽀송한 앳된 모습이다. 소녀는 오른손으로 책을 들고 왼손은 팔걸이에 기대고 쿠션에 등을 기댄 채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앞에서 비추는 빛은 소녀의 붉은 뺨을 비추고 쿠션 뒤로 옅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올바른 독서 자세란 등과 허리를 펴고 책과 눈의 거리는 약 30cm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자세로 볼 때 소녀의 자세는 올바른 독서 자세다. 다만 고개 숙인..

“네 엄마 뼈를 던져라” 화들짝 놀란 명령…울면서도 할 수밖에[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데우칼리온 편]

헤럴드경제 2023. 10. 7. 00:21 도메니코 베카푸미 크리스티안 그리펜케를 폴 머와트 편집자주 〈후암동 미술관〉은 그간 인간의 세계를 담은 예술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제 시간을 크게 앞당겨 신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명화와 함께 읽어봅니다. 기사는 여러 참고 문헌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하늘에서는 남풍의 신 노토스가 몰고 온 먹구름이 비를 쏟았다. 바다에서는 포세이돈이 해마를 끌고 날뛰었다. 트리톤과 그의 형제들은 신나게 소라고둥 나팔을 불었다. 아흐레가 흘렀다. 물에 빠진 이는 숨 막혀 죽고, 물에 갇힌 이는 못 먹어 죽었다. 물난리가 난 세상에서 커다란 나무 상자 하나가 아슬아슬 떠다녔다. 그 안에서는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부둥켜안은 ..

양심의 표정[이은화의 미술시간]〈287〉

동아일보 2023. 10. 4. 23:33 양심에도 표정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19세기 영국 화가 윌리엄 홀먼 헌트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 그는 추상적인 양심의 모습을 시각화해 그린 ‘깨어나는 양심’(1853년·사진)으로 가장 유명하다. 그림은 빅토리아 시대 중산층 가정 실내에 있는 한 쌍의 남녀를 묘사하고 있다. 남자가 말실수라도 한 걸까? 여자는 남자 무릎에 앉았다가 벌떡 일어서고 있다. 언뜻 보면 다정한 부부가 잠깐 불화를 겪는 장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림 속 다양한 상징들은 이들의 불륜 관계를 드러낸다. 파란 정장 차림의 남자와 달리 여자는 속옷에 준하는 하얀 실내복 차림이다. 죽었던 양심은 무언가에 찔렸을 때 되살아난다. 여자의 양심을 깨운 건 찬란한 봄빛이다. 음침하고 ..

“몸값만 900억원 이상?” 13명 품에 안긴 男실종사건…정말 불태워졌나[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빈센트 반 고흐 편]

헤럴드경제 2023. 9. 29. 23:56 가셰 박사의 초상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가셰 박사’의 실종 "7500만 달러!" 1990년 5월 15일, 오후 7시 45분. 한 남성의 목소리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울려퍼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