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시론] 국민 놀라게 한 종교지도자들의 탄원서

바람아님 2014. 7. 30. 07:48

(출처-조선일보 2014.07.30  이종윤 서울교회 원로목사)



	이종윤 서울교회 원로목사
사회 공기를 정화하여 국민의 심성을 맑게 해야 할 종교 지도자들의 기도와 목탁 소리가 오히려 
소음으로 들려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고, 백성을 계도하기보다 백성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른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라도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을 종교 지도자라는 이들이 
분별력을 심각하게 상실하고 방향 제시를 엉뚱하게 함으로써 국민을 정신적 충격 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 사건이 아니다. 국가 전복을 획책한 내란 음모 사건으로 
'징역 20년'을 구형받고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1심 판결을 본 많은 국민은 대한민국을 적(敵)으로 규정한 혁명 조직 RO를 통해 내란 범죄 실행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점을 고려할 때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탄원서를 종교 지도자들이 법정에 보냈다는 
뉴스는 국민을 또 한 번 경악하게 했다.

이석기와 그 일당은 국가를 전복하겠다는 시도를 하고도 반성이나 회개를 한 흔적이 없다. 
법정에서나 감옥에서나 종북(從北) 적화통일을 부르짖고 있다. 이런 자들에게 종교 지도자라는 분들이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싸구려 은혜를 던져주자는 무책임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국민 화해와 통합은커녕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가정·종교·국가 제도는 각각 영역 자주권이 있다. 
종교에 국가가 침범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있듯이 국가에도 종교가 간섭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시행하는 국가기관에 종교인이 자기 직함을 이용하여 압력이나 영향력을 미쳤다면 직권 남용을 
한 것이다. 그것은 그들 개인의 입장일 뿐 그들이 속한 신앙 공동체 전체의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행위는 영역 자주권을 침범한 나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물론 종교인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정치적 발언과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 참여는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지 종교를 대표하는 자로 정치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를 대표해서 정치에 가담하면 그것은 국가의 대표자가 종교에 간섭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일찍부터 종교개혁자들은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주장해 왔다.

진보 세력도 보수 세력도, 여당도 야당도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보수파다. 그러나 '진보'라는 미명하에 반(反)헌법적이거나 탈(脫)헌법적인 주장이나 
행동을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반국가적 매국노라고 할 것이다.

이석기 의원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한 민혁당의 지도급 조직원이었다. 
그는 민혁당 간첩 사건에 연루되어 3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체포되어 형을 살았다. 
그는 대한민국을 부인하고 종교 말살 정책을 펴는 북한 체제를 옹호해 왔다. 
이런 그가 반성이나 회개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종교 지도자들이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냄으로써 사실상 재판에 개입한 것은 법과 질서를 존중해야 할 종교 지도자의 자세가 아닌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 다음은 염수정 추기경이 직접 작성한 탄원서 전문 ***** 

(출처-PBC) http://www.pbc.co.kr/CMS/news/view_body.php?cid=521705&path=201407  


안녕하십니까? 

우리 사회의 정의를 실천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애쓰시는 재판부 여러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기원합니다.

성경에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께 와서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와서 잘못을 저지르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하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1)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무조건 다른 이의 잘못을 눈감아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비의 하느님은 죄인이 죽기를 바라지 않으시고 살아서 회개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 가톨릭이 오랜 역사를 통해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도움을 주었던 것은 이런 예수님의 가르침에 근거합니다.

실제로 한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가 자신의 4대독자인 아들과 아내와 어머니를 죽인 사람을 용서하고, 

그가 극형에 처하지 않도록 탄원서를 내고 그의 회개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미움 보다는 용서를 선택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의원 이석기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들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많은 고통과 아픔을 지닌 한 자식의 어머니로 남편이 가정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법의 전문가가 아니라 뭐라 단언하여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귀 재판부가 법의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동시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2014.07.10.

염수정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