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2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임상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의 책 '왈칵 마음이 쏟아지던 날'을 읽다가 이 문장을 발견했다.
"늘 말하지만 인생을 사는 동안 80점만 맞아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큰 착각입니다. 대개는 아슬아슬하게 평균점을 맞아도 잘 살았다고 하지만,
가끔 100점을 맞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100점이 아니면 안 될 중요한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는 성실하게 80점 인생을 살았는데도 왜 일이 풀리지 않을까 불평하는 사람들의 경우,
100점을 맞아야 할 때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왈칵 마음이 쏟아졌다. 인생 거기서 거기고, 남자든 여자든 만나야 비슷하고,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라는 이야길 삶의 위로라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찌르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 상처를 "사는 게 그렇지, 뭐"라고 일반화해야 견디기 쉬워진다.
타인의 불행을 내 행복의 연료로 지피는 날도 자꾸 생긴다. 냉소는 가깝고, 희망은 멀고 작아 보인다.
하지만 살면서 깨닫는다. 행복과 불행 사이에 '다행'도 있다는 사실을.
행복을 다행이라 바꿔 부른다고 삶이 무너지진 않는다는 걸.
가와이 하야오의 환자 중에 사는 보람이 없다고 토로한 사람이 있었다.
돈도, 재능도 없이 열심히 살아도 앞이 보이지 않는데, 이래도 살아야 하냐고 묻는 환자에게 그가 말한다.
"다른 사람은 보람이 있어서 행복해서 산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보람 없어도 산다니 그보다 대단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무것도 없지만 지금 잘 살고 있다면, 그 '산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 것입니다."
마음이 왈칵 보듬듯 쏟아졌다.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난다.
어쨌든 치실질을 하며, 내일도 해야겠지, 귀찮다고 생각한다.
오늘 열 끼를 먹는다고 내일 배가 고프지 않으리란 보장 없는 삶이란 것도 안다.
하지만 괜찮지 않은 날도 별일 없듯 살아내는 것, 그것으로 됐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대단하다.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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