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10.09 03:00 19세기 말 서세동점의 압력에 직면한 일본 지식인들은 세계를 지배하는 서양 문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에 몰두한다. 탐구 끝에 도달한 서양 문명의 핵심은 기독교 사상과 과학적 합리주의의 기묘한 이중주였다. 일본인들이 근대성의 표상으로 특히 주목한 것은 과학적 합리주의의 저변을 관통하는 ‘계몽’ 사조(思潮)였다. 칸트가 ‘계몽이란 무엇인가’ 논문에서 설파한 ‘계몽이란 (의타적) 미성년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 ‘과감히 알려 하라.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자유가 주어지면 민중은 스스로를 계몽할 수 있는 존재’ 등의 화두는 일본 근대화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간의 존엄성, 이성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속박을 거부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