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11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75] 계몽 군주 유감

조선일보 2020.10.09 03:00 19세기 말 서세동점의 압력에 직면한 일본 지식인들은 세계를 지배하는 서양 문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에 몰두한다. 탐구 끝에 도달한 서양 문명의 핵심은 기독교 사상과 과학적 합리주의의 기묘한 이중주였다. 일본인들이 근대성의 표상으로 특히 주목한 것은 과학적 합리주의의 저변을 관통하는 ‘계몽’ 사조(思潮)였다. 칸트가 ‘계몽이란 무엇인가’ 논문에서 설파한 ‘계몽이란 (의타적) 미성년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 ‘과감히 알려 하라.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자유가 주어지면 민중은 스스로를 계몽할 수 있는 존재’ 등의 화두는 일본 근대화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간의 존엄성, 이성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속박을 거부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삶과 문화] 수다의 효능

한국일보 2020.09.18. 22:00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꿔준 돈을 못 받거나 얼굴 붉히며 싸움박질했던 대상이 아닌 한 말이다. 지난 주말에 인왕산 둘레길을 걸었다. 내 집 뒤뜰처럼 익숙한 곳이다 보니 사람 없는 샛길로 빠졌다가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그 사이 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중략) 다시 뵙자 말하고 돌아서는 내 옆에서 친구가 속삭였다. “근데 저 할머니 눈빛 봤어? 꼭 먼 길 떠나는 자식 배웅하는 거 같어.” 무심하게 흘렸던 친구의 말을 어제 신문을 보다 떠올렸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영혼의 짝을 잃은 후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고문과도 같은 적막을 홀로 견디고 있다’는 광고를 내서 주위에 도움을 청한 영국 노인 윌리엄스의 기사였다. 은퇴한 물리학자인 그가 내..

[마음 산책] 도움의 기억은 살아있다

중앙일보 2020.09.16. 00:34 남을 돕는 공덕의 씨앗을 뿌리면 그 열매가 바로 돌아오기도 하고 시간이 지난 후 돌아오기도 한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갚으려는 마음이 올라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도움을 준 사람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도와준 경우라 해도 그 고마움이 마음에 남아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게 된다. 어떤 때는 여유가 된다면 선물이나 음식·금전으로 답례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상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나 사람을 소개해 주어 마음의 빚을 갚기도 한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72945 [마음 산책] 도움의 기억은 살아있다 [마음 산책] 도움의 기억은 살아있다 도움을 준 사람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

[살며 사랑하며] 지게

국민일보 2020.09.07. 04:02 시골 친구 집에서 오랜만에 지게를 보게 됐다. 반가웠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지게를 지고 일을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도 지게를 쓰고 있다니. 친구는 선친이 쓰던 물건이라 버리지 못하고 가끔 가벼운 짐을 나르는 데 이용한다고 했다. https://news.v.daum.net/v/20200907040259559 [살며 사랑하며] 지게 [살며 사랑하며] 지게 시골 친구 집에서 오랜만에 지게를 보게 됐다. 반가웠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지게를 지고 일을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도 지게를 쓰고 있다니. 친구는 선친이 쓰던 물건이라 버리지 못하고 news.v.daum.net

당신이 지금 약하고 초라한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2020.06.28. 08:17 [줄리아 투자노트] “내가 아직도 약한 것은 내가 아직도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일본의 기독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 내가 너무 약하고 내 인생이 너무 불확실하며 현실은 고단하고 미래는 불안할 때가 있다. 너무 무너지기 쉽고 취약한 내 인생. 그러나 우치무라 간조는 우리가 약한 것은 역설적으로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사 전문(全文)은 아래 링크로 해당기사와 연결됩니다 당신이 지금 약하고 초라한 진짜 이유 오늘 자신이 너무 약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내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 아닌지, 내 고집과 내 옳음, 내 편견이 너무 강하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자. 그리고 내가 오늘 너무 약하기에 그것이 내 인..

[톺아보기] 화가의 어머니

아시아경제 2020.06.15. 13:58 1901년 나이 서른여섯의 한 젊은 예술가가 자신을 세상으로 오게 한 어머니 품에서 조용히 영면했다. 어머니는 죽음의 순간만이라도 평온하도록 정신병원에 있던 아들을 자신이 살고 있는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근처의 말로메성(城)으로 데려왔다. 고단하고 소외된 삶을 산 아들의 마지막을 그렇게라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기사 전문(全文)은 아래 링크로 해당기사와 연결됩니다 김보라 관장 [톺아보기] 화가의 어머니 자유로운 영혼이 불편한 육체에 갇혀 편견 그 자체로 고착될 수 있었던 로트레크.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예술가로 생각을 맘껏 표출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켰다. 아들을 평생 돌보고 사랑으로 감싸 안았던 어머니는 아들 먼저 보내고 30년이나 더 살았다. 그 시간은 ..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65] '피해자 의사' 우선이라는 대원칙

(조선일보 2020.05.15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외교부 근무 시절 소위 '한·일 과거사 업무'를 담당할 때 일이다. 각종 유족회, 시민 단체의 민원 처리로 하루를 보내기 일쑤이던 어느 날,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이 사무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