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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342] 내 안의 걱정 기계

조선일보 2024. 2. 24. 03:00 월미도에서 대관람차를 탄 적이 있었다. 어릴 때 재밌었던 대관람차가 공중으로 떠오르자 예상치 않게 너무나 무서웠다. 머리로는 안전하다는 걸 알지만 가슴은 쿵쾅댔고 지상으로 내려오기를 기도하듯 빌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걱정이 많아 걱정입니다’의 저자 ‘그램 데이비’는 걱정이 올림픽 종목이라면 집 안에 금메달이 가득했을 거라고 믿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에 의하면 걱정은 유전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만들어진 습관이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걱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생산적인 걱정’과 ‘파국적인 걱정’이다. 생산적 걱정을 하는 사람은 미래의 실패를 예비하며 플랜 B를 준비한다. 이때의 걱정은 오히려 그 사람의 경쟁력이 된다. 문제는 파국적 ..

[에디터 프리즘] 일본이 저런 나라였나

중앙SUNDAY 2024. 2. 24. 00:10 수정 2024. 2. 24. 01:29 닛케이 사상 최고치 경신 TSMC 공장 밤새워 공사 ‘일본이 저런 나라였나.’ 최근 일본 관련 뉴스만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혼잣말이다. 엔화 가치가 연일 하락해 일본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상황이 확 바뀌었다. 걱정하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부러움만 가득하다....닛케이지수의 최근 상승세는 단순히 인공지능(AI)과 같은 개별 호재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튀어 오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반적으로 일본 증시에 거센 투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게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 증시를 보고 있으면 부러울 따름이다....하지만 부러움의 대상은 사상 최고치인 지수나,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

[사진의 기억] 바다 건너 찾아오는 봄

중앙SUNDAY 2024. 2. 24. 00:06 수정 2024. 2. 24. 01:53 바람이 분다.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고목은 남쪽 바다를 건너오며 한결 순해진 바람 소리를 기억한다. 때가 이르렀음을 아는 나무는 조용히 제 속의 것들을 흔들어 깨운다. 말랑말랑해진 흙 속으로 힘차게 뿌리를 뻗어 서서히 물을 빨아올린다. 겨우내 참았던 오랜 목마름을 풀어줄 수액이 수관을 따라 실개천으로 흐른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동네 어귀에 마을의 수문장처럼 동구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나무의 나이가 몇 살인가에 따라 그 마을의 역사도 가늠되었으므로 수령 수백 년의 멋진 동구나무는 마을의 자부심이었다. 나무를 타고 놀던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나무와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또한 집에서 멀리 떠났다가 오래..

[강천석 칼럼] 총선, 이재명 대표에 罪意識과 윤리 감각 不在 책임 물어야

조선일보 2024. 2. 24. 03:10 李 대표, 민주당·사회 전체 윤리 ‘이재명 수준’으로 끌어내려 여당 ‘돌려막기 공천’ ‘아쉽다’와 ‘사과한다’ 誤用도 ‘이재명 존재’가 등받이 노릇 2001년 9·11 테러 때 297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가운데 412명이 소방관과 응급 구조대원이었다....어느 나라에서건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하면 긴급 전화를 돌린다. 한국 119, 미국·캐나다 911, 오스트레일리아 000으로 나라마다 번호는 달라도 시민들은 이 전화벨 소리가 저쪽에 닿으면 누군가가 반드시 나를 구하러 달려오리라고 믿는다. 사회를 받쳐주는 이 신뢰의 그물이 촘촘할수록 안정된 사회다. 정치 특히 국회는 국민에게 119 전화와 같아야 한다. 4월 10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300자리를 놓..

죽은 정치인도 조작해내는 AI, 언어-체제 막론 선거판 흔든다 [글로벌 포커스]

동아일보 2024. 2. 24. 01:42 슈퍼 선거의 해, AI 딥페이크 ‘창과 방패’ 싸움 인니-인도, 딥페이크 영상 기술로 사망한 정치인 등장시켜 지지 호소 비키니 영상-가짜 시위대 모습 등… 악의적으로 만든 콘텐츠도 확산 조악한 수준의 영상-사진이라도 상황따라 진짜로 여겨지기 쉬워 20개 빅테크 공동대응 협약했지만… 비영어권에선 실효성 없단 지적도 “2024년 선거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투표하러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8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의 개표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던 9일 저녁. 임란 칸 전 총리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엔 그의 승리 연설 영상이 올라왔다. 칸 전 총리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그가 이끄는 정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

“이 미녀는 왜 이 꼴로?” 배위 사망 미스터리, 아무도 몰랐던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편]

헤럴드경제 2024. 2. 24. 00:21 [작품편 93.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샬롯의 여인 성 에우랄리아 에코와 나르키소스 일레인은 노래를 불렀다. 그건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사랑 노래였다. 그녀는 음에 맞춰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식의 가사를 가만히 곱씹었다. 그러다 보면 이 갑갑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너는 네 눈으로 바깥세상을 보면 죽으리라.' 일레인은 수년 전에 걸린 신의 저주를 잊지 못했다. 그녀가 잘못한 건 없었다. 그저 신이 질투할 만큼 예뻐지고 있다는 게 죄라면 죄였다. 일레인은 신의 음성을 들은 그날 이후 지금껏 햇빛을 보지 못했다. 아서왕이 사는 성(城) 카멜롯 근처의 샬롯섬 탑에 갇혀있었다. 일레인은 이곳에서 홀로 천을 짜며 살았다. 물밀..

“자유 투사” 이승만의 절규, “나는 왜 홀로 섰는가!”[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4. 2. 24. 02:00수정 2024. 2. 24. 02:14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1953년 8월 16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유력지 “이브닝스타(Evening Star)”의 일요판 “선데이스타(Sunday Star)”는 이례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의 특별 기고문을 7면, 21면, 22면 3면에 걸쳐 독점 게재했다. 1953년 7월 27일 대한민국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미국, 중국, 북한이 정전 협정을 맺은 지 불과 20일 만이었다. 그 당시 조속한 정전을 요구하던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일간지는 “호전적 늙은이”, “작은 독재자” 등 이승만을 향한 거친 말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이 글에서 이승만은 그런 언론의 목적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