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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49] 멸종과 IPBES(생물다양성과학기구)

바람아님 2014. 4. 13. 19:28

(출처-조선일보 2012.02.2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오늘은 지금으로부터 94년 전 미국 신시내티동물원에서 '잉카스(Incas)'라는 이름의 수컷 잉꼬가 마지막 숨을 거둔 날이다. 캐롤라이나잉꼬라는 생물종이 지구에서 영원히 절멸한 순간이었다. 그 새장은 또한 그로부터 4년 전 나그네비둘기의 마지막 생존자가 세상을 떠난 곳이기도 하다. 생물학자들은 환경 파괴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10년 이내로 동식물 2%가량이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어느덧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한 기후변화에 비해 생물 다양성 문제는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는 분명히 심각한 문제이지만 사실은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저녁 뉴스 시간에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익사하는 북극곰을 보는 순간에는 우리 모두 혀를 차지만, 일단 다음 뉴스로 넘어가면 이내 까맣게 잊고 만다. 기후변화만큼 늘 피부로 느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난 한 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았다. 1980년대 중반 코스타리카의 고산지대 몬테베르데에 머물던 어느 날 밤 나는 숲 속에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황금두꺼비를 보았다. 어른 한 사람이 들어앉기도 비좁을 물웅덩이에 언뜻 세어도 족히 스무 마리는 될 듯한 수컷 두꺼비가 마치 우리 옛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들처럼 멱을 감고 있었다. 실제로 자연에 그렇게 밝고 화려한 오렌지색이 존재해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으로 아름다운 동물이었다. 하지만 1986년 이후 나는 더이상 그들을 보지 못했고, 국제자연보호연맹은 2004년 끝내 그들이 완전히 멸종한 것으로 보고했다. 지금도 나는 그들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아 열대에 갈 때마다 종종 이마에 전등을 두르고 숲 속을 헤맨다. 왠지 그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아서.

환경부는 지금 새롭게 출범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의 사무국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준하는 대규모 국제기구로서, 유치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가 환경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금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보여줬던 범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