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1.06.30 11:54 시인·소설가 이응준의 인간을 위로하는 식물3 사람인 내게 신이 주신 귀한 선물은 ‘개’와 ‘나무’다. 이 두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사람들 속에서 이미 오래전에 미쳐버렸거나 죽었을 것이다. 나는 인간보다 개가 좋고, 꽃보다는 나무가 좋다. 인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고 싶으면 나를 바라보는 내 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인간이 얼마나 어수선한지 알고 싶으면 숲과 산, 그 나무들 속에 있어보면 알게 된다. 내 직업은 언어를 다루는 시인이지만, 개는 사람의 말을 하지 않고 나무는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좋다. 그리고 진실은 착각보다 가혹하여,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식물보다 열등하다. 식물은 동물이 사라져도 잘 지낸다. 그러나 동물은 식물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