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09

[당신의 리스트19]나의 바오밥나무는 당신의 장미보다 아름답다

조선일보 2021.06.30 11:54 시인·소설가 이응준의 인간을 위로하는 식물3 사람인 내게 신이 주신 귀한 선물은 ‘개’와 ‘나무’다. 이 두 존재가 없었다면, 나는 사람들 속에서 이미 오래전에 미쳐버렸거나 죽었을 것이다. 나는 인간보다 개가 좋고, 꽃보다는 나무가 좋다. 인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고 싶으면 나를 바라보는 내 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인간이 얼마나 어수선한지 알고 싶으면 숲과 산, 그 나무들 속에 있어보면 알게 된다. 내 직업은 언어를 다루는 시인이지만, 개는 사람의 말을 하지 않고 나무는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좋다. 그리고 진실은 착각보다 가혹하여,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식물보다 열등하다. 식물은 동물이 사라져도 잘 지낸다. 그러나 동물은 식물 없이..

[특파원 칼럼]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

한국경제 2021. 06. 22. 00:06 정영효 도쿄 특파원 일본인과 결혼한 한국인 아내들은 남편이 일본의 국물요리를 먹으면서 “아~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고 말할 때 몸서리를 친다고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나라 사람과 살고 있구나 새삼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인도 젊은 혈기나 취기에 “조국 위해 이 한목숨…” 하고 핏대를 올릴 때가 없지 않지만, 찌개 국물 한 숟가락에 “으~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하진 않는다. 일본인들은 이런 말을 참 쉽게 한다. TV 여행 프로그램이나 먹방(먹는 방송) 출연자 역시 추임새처럼 이 멘트를 잘도 걸친다. 국가가 대단한 일을 해줘서 그런 게 아니다. 온천에 들어갈 때,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때처럼 아주 사소한 행복을 느낄 때 습관처럼 이런..

[삶의 향기] 우리는 그렇게 잊혀져 간다

중앙일보 2021.06.01 00:26 치매 환자 다룬 영화 잇따라 출시 누구나 신체·정신적 장애 겪게 돼 노인문제 제도 갖추고 대비해야 눈 내리는 겨울밤, 곁에서 잠자던 아내가 소리 없이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 어디론가 가는 것으로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아내는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엄마가 사라졌다는 전갈을 받은 아들과 딸이 아버지를 찾아옵니다. 엄마는 소녀 시절에 살던 곳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기억력이 어린 때로 퇴화한 것입니다. 간신히 찾은 엄마를 두고 자녀들은 안전한 보호를 위해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전 참전 용사이기도 한 아버지는 “네 엄마는 60년을 함께 산 내가 가장 잘 안다”며 거절합니다. 이 아버지도 심장병을 앓고 있습니다. 엄마의 병은 더 심해져 조..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1] 장기 연재물의 나라

조선일보 2021.05.28 03:00 지난 5월 6일 일본 만화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겐타로가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크 판타지 장르의 명작이라 불리는 ‘베르세르크'는 1989년에 첫 회가 시작된 이후 30년이 넘은 금년 초까지 집필이 계속된 장기 연재물이다. 10대에 이 작품을 접한 독자가 이제는 40대의 중년이 되었으니 그 세월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치밀한 디테일의 작화와 기상천외한 스토리텔링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죽음에 팬들은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작자인 미우라가 20대 초반에 연재를 시작한 이래 30년 동안 하루 15시간씩 창작에 몰두하다 건강을 해쳐 불과 54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대목에서는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https://www.chosun.com/o..

블랙핑크 국적을 아시나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K-’

조선일보 2021.05.26 03:00 문화는 선별과 여과의 오랜 역사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리스트를 제출하느냐는 것. 이번엔 최근 ‘한국적인 것은 없다’를 펴낸 철학자 탁석산씨가 리스트를 선정했습니다. 그는 “한국 고유의 문화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한국적인 문화가 아니라 수준 높은 문화”라고 주장합니다. 기사 전문(全文)은 아래 링크로 해당기사와 연결됩니다 블랙핑크 국적을 아시나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K-’ 국적을 알 수 없게 된 짬뽕과도 같은 것이라는 의미로. 하지만 짬뽕도 짬뽕 나름. 그 짬뽕이 맛이 훌륭하다면 국적 초월이라 불러도 좋을 겁니다. 아니 창의적 융합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탁석산씨는 서울대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한..

소나무 스님 “‘앵’ 태어나 ‘억’ 죽는 인생… 좀 내려놓고 사세요”

동아일보 2021-05-24 03:00 불교방송 BTN 설법프로 진행 광우 스님, 에세이 ‘가시를 거두세요’ 출간 아버지 스님 이어 19세에 출가 ‘군기’ 센 해인사에서 행자 생활 “귀로 들어온 것은 귀로 나가… 독서-명상처럼 몸으로 공부해야” 《21일 서울 강북구 화계사에서 만난 광우 스님(41)은 동안(童顔)이었다. 주변의 소담스러운 꽃들과 그의 웃음꽃이 잘 어우러졌다. 그는 19세이던 1999년 해인사로 출가했다. 이후 선방 수행과 군종병 복무를 한 뒤 실명 위기를 맞아 세 차례 눈 수술을 받았다. 길상사를 거쳐 화계사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 5년째 불교계 방송 BTN ‘광우 스님의 소나무’(소중한 나, 무량한 행복)를 진행해 ‘소나무 스님’으로 불린다. 최근 삶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담은 ..

우리는 윤여정의 수상에 박수칠 자격이 없다

동아닷컴 2021-05-23 15:22 뷰파인더는 1983년생 필자가 진영 논리와 묵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대 진단서’입니다. [노정태의 뷰파인더] 인습적 여성혐오의 ‘생존자’ ● 오스카 거머쥔 완벽한 연기자 ● 가시밭길의 이름, 가부장제 ● ‘악녀 장희빈’, 광고에서 잘리다 ● ‘길티 플레져’와 국뽕 스민 호들갑 ● 수많은 ‘윤여정들’에게 보내는 박수 온 나라가 윤여정 열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스카상 수상이라는 경사가 벌어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지인처럼 매끄러운 발음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또박또박 전달하는 ‘윤여정식 영어’도 화제다. 덕분에 적잖은 사람이 ‘영어 울렁증’에서 벗어나 힐링을 맛보고 있다.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와 맞붙어, 다른 그 무..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89] 도조 히데키와 ‘삼간사우’

조선일보 2021.04.30 03:00 1944년 2월, 총리 겸 육군대신 도조 히데키는 불리한 전황(戰況) 타개를 이유로 참모총장을 겸직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군 수뇌부의 무능과 현실 감각 결여에 대한 불만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었다. 도조가 행정권, 군정권에 이어 군령권까지 손에 쥐자 육군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고조되고, ‘삼간사우(三奸四愚)’라는 소문이 나돈다. 삼간사우란 세 명의 간신과 네 명의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의미로, 도조가 중용하고 의지하던 측근들을 말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4/30/YBSRGXGSX5G5LGWYOQCKSOSNE4/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89] 도조 히데키와 ‘삼간사우’ [신상목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