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6.13 남정욱·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당신이 여자 친구 혹은 와이프랑 길을 걷는데
예쁘고 늘씬한 여자 하나가 앞을 지나갑니다. 여자 친구나 와이프가 묻습니다.
"좀 전에 그 여자 어때?" 자, 이때 당신이 해야 할 '적절한' 대답은?
①(일부러 시큰둥하게) 그냥 그런데 뭐.
②(오버하며) 에이, 자기가 훨~씬 예쁘지. 답은 무엇일까요.
①번? ②번? 땡~ 둘 다 아닙니다.
이때 당신이 해야 할 대답은 "어? 뭐가 지나갔어?"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여자 친구나 와이프는 당신이 그 여자를 눈에 담았다는 사실 자체가 싫은 겁니다.
여자가 이렇게 복잡합니다. 설마 우리 집 곰이? 하시면 곤란합니다.
데리고 산다고 생각하는 것과 데리고 산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중 어느 쪽이 위일까요.
학문에서도 여성학은 있어도 남성학은 없습니다. 남성학은 아동학의 영역에 들어갑니다.
해서 남성이 여성을 이해하려는 자세나 공부해보겠다는 각오 전혀 필요 없습니다.
그저 복종하는 게 살길이고 제일 편합니다.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때문입니다.
TV를 거의 안 보는 편입니다.
선배 하나가 "너는 문화를 다룬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해서 일 년에 미니 시리즈 한 편은 의무적으로 보는데
올해 고른 게 '프로듀사'입니다. 실은 제목 때문에 좀 망설였습니다.
판사, 의사, 검사 등 '사' 자 돌림에 방송국 프로듀'서'를 '사'로 읽어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은 방송국에 50년째 전해져 오는
'화석'급 농담입니다.
그래도 까맣게 모르는 판의 이야기보다 나을 것 같아 골랐는데 의외의 재미를 만났습니다.
그래도 까맣게 모르는 판의 이야기보다 나을 것 같아 골랐는데 의외의 재미를 만났습니다.
음악 방송 피디로 나오는 공효진 때문입니다. 이 배우 특이하게도 데뷔 때부터 연기를 잘했습니다.
1999년에 개봉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 남자 선생님 소변 보는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하며 낄낄대던
바짝 마른 소녀가 공효진입니다.
연기 때문에 보는 게 아닙니다. 극 중에서 공효진은 방송국 동료이자 어릴 적부터 친구인 차태현을 사랑합니다.
차태현은 그녀가 편할 뿐 사랑까지는 아닙니다.
그것을 슬쩍 떠보거나 그 결과로 상처받고 고민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공효진은 차태현의 눈빛, 몸짓, 말투만 가지고도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리고 그게 뭘 의미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그럼 공포물 아닙니까? 하실지 모르겠네요. 공포물 맞습니다.
그걸 공효진이라는 배우가 하니까 예쁘고 쓸쓸하고 여운이 남는 겁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아이유는 드라마를 더욱 차지고 팽팽하게 만들어줍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아이유는 드라마를 더욱 차지고 팽팽하게 만들어줍니다.
김수현을 놓고 공효진과 대립각을 세우는데 이건 우월한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거의 '생물학적 전쟁' 수준입니다.
남자들은 흔히 자기가 여성을 선택했다고 착각합니다.
그 선택이 고도로 계산되고 위장된 그녀의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모릅니다.
하긴 하수의 눈에 고수가 보일 리 없지요.
다 좋은데 드라마가 좀 느립니다.
다 좋은데 드라마가 좀 느립니다.
중반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잽만 날리고 있네요. 세상의 모든 드라마는 딱 두 종류입니다.
여성의 연대(連帶)를 다룬 드라마와 모성(母性) 사이의 전쟁을 다룬 드라마.
어차피 싸울 거면 화끈하게 제대로 빨리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물론 공효진 편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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