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9

"선 세게 넘었다" 유엔 제재 깬 北, 핵대국 향한 ‘레드카펫’ 깔았다 [박수찬의 軍]

세계일보 2024. 3. 30. 18:58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다음달 말 활동을 마치게 된 것에 대해 이같은 말을 남겼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던 국제적 지위와 힘을 지닌 전문가 패널이 15년만에 활동을 종료하는 것은 20년 동안 차근차근 진행됐던 대북 제재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는 커다란 외교적 승리나 다름없다. 밀거래, 해킹, 가상자산 탈취 등에 대한 압박과 제약이 훨씬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체제 유지와 핵개발에 필요한 자원 조달은 그만큼 쉬워진다. ◆노골적인 비협조, 이번이 처음 아니다 2009년 북한의 2..

좌익의 패악에도, 국민은 민주정부 수립에 표를 던졌다

조선일보 2024. 3. 30. 03:02 [아무튼, 주말] [전봉관의 해방 거리를 걷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첫발 1948년 5·10 총선거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되자, 미국은 1947년 9월 한국 문제를 UN에 이관했다. UN 총회는 ‘UN 감시하에 남·북한 총선거’ 실시를 결의했고 1948년 1월 호주, 캐나다, 중국 등 8국 대표로 구성된 UN한국임시위원단(이하 UN위원단)이 서울에 도착했다. 소련군 사령관은 UN위원단의 방북을 거부했고, UN 소총회는 ‘가능한 지역’에서라도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5·10 총선거는 국민이 직접 대표를 뽑아 헌법 제정 등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보통·평등·비밀·직접 4대 원칙에 입각한 한국 최초의 근대적 선거였다. 하지..

[백영옥의 말과 글] [347] 인생의 흙탕물

조선일보 2024. 3. 30. 03:01 한 유튜브에서 개그우먼 정선희가 남긴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그녀는 한동안 TV에서 자취를 감췄는데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진 그녀에게 그 일은 치명적이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포털 사이트에 눈물 흘리는 자신의 사진이 너무 많이 도배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포털 측과 상담 전화 끝에 사진을 지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울컥한 마음에 “내 사진인데 못 지우면 어떡하냐!”고 항변했더니 포털 직원의 조언은 새로운 사진으로 업로드하라는 말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리기 힘들다. 일기예보에는 맑은 날이 많지만 삶에는 비 오는 날도 많다. 우산을 써도 비 오는 날 길을 걷다가 흙탕물을 뒤집어쓸 때도 있다. 기대..

美 종군 기자 3인이 전한 “한강 다리 폭파 사건”의 진실 (2)[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4. 3. 30. 02: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지난 회 “‘한강 다리 폭파 사건’의 진실”(1)에 이어서 이번 회에서도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반 한강 인도교가 폭파될 때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던 미국인 종군 기자 3인의 기록을 꼼꼼히 읽어보자. 1993년 KBS 역사 다큐멘터리, 상상으로 신화를 창작 1993년 KBS에서 제작·방영한 다큐멘터리극장 “한강 인도교 폭파와 부산 정치파동”의 첫 장면은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반 경의 상황을 “재현”한 영상으로 시작된다....다큐멘터리는 배경에 깔리는 두 군인의 대화로 폭파 직전의 상황을 묘사한다....피난민들이 가득 차 있는 한강 다리를 군인들이 뻔히 보면서 상부의 명령에 따라서 다리를 폭파했다는 주장..

“시진핑의 2인자 드디어 드러났다”...사이버 통제권 넘겨받은 ‘이 남자’ 누구?

매일경제 2024. 3. 30. 00:24 비서실장격 차이치 상무위원 리창 제치고 실질 2인자 등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이래 줄곧 쥐고 있던 중국 인터넷 통제권을 차이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넘겼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으로도 불리는 실세 차이치가 리창 총리를 제치고 사실상 2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시 주석이 2014년부터 자신이 맡아온 공산당 중앙사이버공간위원회 위원장직을 차이치 상무위원에게 이양했다고 정부 관료 세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확한 이양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다만 차이치는 지난 2023년 상반기께부터 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고 SCMP는 전했다. 2012년 집권한 이래 시 주석 자신이 맡던 직책을 측근에 ..

[선데이 칼럼] 확대일로 G2 격차, 격변의 동북아 미래

중앙SUNDAY 2024. 3. 30. 00:12 “정치 혁신없으면 중국 경제 몰락” 전체주의 리더십, 성과 지속 불가능 한국, 민주동맹 강화에 주력해야 총선서 책임 있는 올바른 선택 필요 “정치 시스템의 혁신이 없는 한 중국 경제는 몰락(collapse)의 길을 간다.” 이번 주 개최된 한 국제포럼에서 필자와 대담을 나눈 세계적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의 공저자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건넨 메시지의 울림은 컸다. 10년 전 출간 후 여전히 명저로 꼽히는 이 책은 국가의 흥망은 인종적, 문화적, 지리적 요인이 아닌 정치 체제와 제도에 달렸다고 설파한다. 강력한 전체주의적 리더십이 경제발전의 과도기적 성과를 낼 순 있으나, 지속 가능하지는 않단 얘기다...

“저 사람이 내 아빠예요?” 도끼눈 뜬 막내딸…‘이 가족’ 가슴 아픈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일리야 레핀 편]

헤럴드경제 2024. 3. 30. 00:11 [작품편 98. 일리야 레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이반 4세와 그의 아들 신병 배웅 그날은 기분 좋은 휴일이었다. 소파에 등을 기댄 노인은 조용히 콧노래를 불렀다. 피아노에 손을 올린 여인은 그 음에 맞춰 동요부터 민요, 유행가까지 막힘없이 연주했다. 아이들은 발끝에 닿는 햇빛을 문지르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카메라가 있다면 그대로 찰칵 찍은 뒤 액자에 모셔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부엌에선 앞치마를 두른 하녀가 경쾌하게 도마를 두드렸다. 이어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음식이 다 된 모양이었다. 이들은 식사 후 나들이를 갈 생각이었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따뜻한 홍차를 마실 요량이었다. "사모님, 지금…." 시작은 하녀의 조심스러운 노크였다..

[사진의 기억] ‘리알 포토’로부터 온 춤

중앙SUNDAY 2024. 3. 30. 00:04 가볍게, 발들이 들려있다. 화면을 채우고 있는 흰 고무신과 모시 바지, 치마에도 무게가 없다. 풍성한 주름들은 곧 여성을 따라 풀릴 준비를 마친 듯하다. 이미 고무신이 걸음을 뗐다. 보이지 않지만, 남자의 팔은 아마도 그의 다리처럼 허공을 슬며시 들어 올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현장의 부분, 인물들의 일부만이 담겨있을 뿐인데, 정사각의 사진 안에 춤이 가득하다. 한국의 대표 사진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황규태의 ‘블로우업 bLowup’이다. ‘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사진은 원래, 1968년 어느 날 서울 뚝섬의 한 너른 마당에 군중들이 모여 춤을 추는 모습을 찍은 ‘리알 포토’(리얼리즘 사진)였다....그 중 한 쌍의 하반신만을 자르고 확대한 것이다..